꿈속에서 아름다운 여성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R이 꿈속에서 자신의 소원을 거의 실현하는 단계까지 도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까지가 꿈을 통해 드러나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다.
이제 프로이트가 구분한 나머지 정신 영역인 의식(consciousness)과 전의식(preconscious)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두 개념을 이해해야만 R의 꿈을 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의식·전의식·무의식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다른 장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프로이트가 정의한 의식은 현대 뇌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의식 개념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는 의식을 우리가 현재 자각하고 있는 모든 감각, 경험, 기억, 생각의 총합으로 보았다. 뇌과학에서도 의식이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신과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이에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두 관점을 종합해 보면, 의식이란 외부 자극에 대해 우리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현재의 정신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실 꿈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선행되는 의식적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식을 통해 경험한 내용이 있어야만 꿈의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의식을 통해 저장된 경험이 바로 전의식이다. 전의식은 우리의 뇌 속에 저장된 기억과 유사한 개념으로,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전의식을 현재는 의식되지 않지만, 필요할 경우 곧바로 의식화될 수 있는 기억, 생각, 감정이 저장된 영역으로 정의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의식과 전의식의 가장 큰 차이는 지속시간에 있다. 뇌과학에서는 의식을 단기기억의 한 형태인 작업기억(working memory)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작업기억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수많은 자극을 즉각적으로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지속시간은 매우 짧다. 연구에 따르면 약 15초에서 30초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전의식은 비교적 오랜 시간 유지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전의식은 뇌과학에서 말하는 장기기억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장기기억은 다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서술기억(declarative memory)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비서술기억(non-declarative memory)으로 구분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진다. 이는 마치 오래된 칠판에 분필로 쓴 글씨가 서서히 지워지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장기기억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흐려지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작은 단서만 주어져도 기억의 일부는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이렇게 명확하게 의식되지는 않지만 완전히 소멸하지 않은 기억의 일부는 무의식이라는 형태로 저장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