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의 꿈과 프로이트의 세 가지 정신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이제 R의 꿈을 프로이트가 구분한 세 가지 정신 구조, 즉 의식·전의식·무의식을 통해 차례로 살펴보자. 먼저 R의 꿈을 만든 현실부터 살펴보자. 커피숍에서 R은 여자 친구의 시선을 의식한 채 몰래 다른 여성을 훔쳐본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행동이 여자 친구에게 발각되지 않을지 끊임없이 경계해야만 했다. 이처럼 외부 자극을 인식하고 그에 주의를 기울이며 상황을 판단하는 정신 활동이 바로 프로이트가 말한 의식이다.


특히 자신의 여자 친구가 자리를 비운 사이, R의 주의는 그 여성에게 더욱 강하게 집중된다. 이때 발생하는 즉각적인 지각, 긴장, 주의의 초점화가 바로 의식의 전형적인 작용 방식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의식은 현재 순간에 한정된 매우 짧은 지속성을 지니며, 우리가 지금 ‘알고 있다’고 느끼는 정신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외부의 특정 자극에 대해 일정 시간 동안 주의가 집중되면, 그 경험은 기억의 형태로 정신 내부에 남게 된다. 여성의 피부색, 머리 모양, 몸매, 걸음걸이와 같은 세부적인 인상들이 R의 정신 속에 저장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해당 경험은 더 이상 즉각적으로 의식되지는 않지만, 약간의 노력이나 계기만 있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상태로 남아 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정신 영역을 전의식이라 불렀다. 전의식은 현재는 의식되지 않지만, 특별한 저항 없이 곧바로 의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억과 생각, 감정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커피숖에서 본 여성에 대한 기억은 점차 선명함을 잃는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몇 주가 지난 뒤, R은 그 여성을 꿈속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전의식에 머물던 기억이 꿈의 재료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꿈속에서 R이 마주한 인물은 기대했던 그 미녀가 아니다. 대신 전혀 다른 인물, 즉 자신의 새엄마가 등장한다. 더 나아가 새엄마의 얼굴은 어느 순간 친엄마의 얼굴로 바뀌고, 다시 새엄마로 교차하며 나타난다. 이 불연속적이고 불안한 장면은 R에게 강한 정서적 동요를 유발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전환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이는 R의 장기적인 심리 경험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던 친엄마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꿈이라는 형식을 통해 다시 표면화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일상에서는 거의 의식되지 않고, 전의식의 수준에서도 쉽게 떠올려지지 않던 기억이, 무의식의 작용을 통해 상징적인 모습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꿈속에서 새엄마와 친엄마의 얼굴이 교차하는 장면은, 두 인물이 R의 정신 내부에서 이미 강하게 결합되어 있었음을 암시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의식을 흔히 빙산의 일각에 비유했다. 우리가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의식의 영역은 전체 정신 활동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그 비중은 대략 10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나머지 90퍼센트는 무의식의 영역에 속하며, 인간의 사고와 감정, 행동에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스스로 의식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무의식에 의해 지배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 대부분은 의식적인 판단의 결과라기보다, 반복을 통해 형성된 습관에 의해 이루어진다. 표정, 손짓, 발짓, 걸음걸이, 말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행동 패턴을 반복한다. 이러한 습관적 행동은 매 순간 의식의 개입 없이 자동적으로 실행된다.


이후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현대 뇌과학에서는 이러한 습관적 행동과 절차적 기억을 담당하는 두뇌의 특정 영역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기저핵(basal ganglia)이다. 예를 들어 처음 운전을 배울 때를 떠올려보면, 시동을 켜는 것부터 기어를 조작하고, 도로 표지판을 확인하며, 엑셀과 브레이크를 조절하는 모든 과정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이 시기에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매 순간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운전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운전에 익숙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운전이라는 행위는 더 이상 매 순간 의식적인 노력을 요구하지 않게 되고, 우리는 비교적 자동화된 상태에서 운전을 수행하게 된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채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물론 이러한 행동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반복을 통해 몸에 밴 운전 습관은 기저핵에 저장되며, 이러한 습관적 기억 덕분에 우리는 별다른 정신적 부담 없이도 복잡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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