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러한 그림자는 개인의 차원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림자는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흔히 ‘우리 사회의 그림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사회가 집단적으로 억압하거나 외면해 온 문제들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예컨대 빈부 격차, 성매매, 각종 범죄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과거 R이 일했던 나이트클럽 역시 사회적 차원에서의 그림자로 해석할 수 있다.
미혼 남녀라면 몰라도, 이미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유부 남녀가 하룻밤의 쾌락을 찾아 나이트를 배회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쉽게 용납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오늘 밤에도―전국의 유명 나이트에는 배우자 몰래 순간적인 쾌락을 좇아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유부 남녀들로 붐비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이트는 유부 남녀가 사회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어두운 욕망을 잠시 해소하는, 일종의 사회적 그림자의 공간이라고 볼 수가 있다.
물론 나는 나이트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사실 나이트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모태솔로 남녀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만남의 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나이트 문화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킹’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웨이터가 여성과 남성을 직접 연결해 주는 방식의 만남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렇다면 한국에만 유독 이러한 부킹 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다른 나라의 남성들에 비해 한국 남성들이 특히 마음에 드는 여성 앞에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그 결과, 나이트와 같은 공간에서 웨이터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부킹을 통해 모솔 남성들은 여성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불륜이나 기만이 개입되지 않는 한, 나이트는 미혼 남녀에게 있어 좋은 만남의 장이 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