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vs 아들 <그림자의 투사> 어머니 vs 딸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by 카사노바의 생존 심리학 Mar 22. 2026
여기에 또 하나, 동성 간에 나타나는 흥미로운 그림자의 투사 현상이 있다. 바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 그리고 어머니와 딸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림자의 상호 투사 현상이다. 이 현상은 앞서 살펴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따르면, 우리는 어린 시절 자신과 반대 성을 가진 부모에게 더 강한 애착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딸은 아버지에게 더 많은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경쟁자인 아버지를 물리치고 어머니를 차지하고 싶어 하며, 딸은 어머니를 밀어내고 아버지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품게 된다.
그러나 이 욕망의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나 강력한 상대, 즉 부모라는 존재다. 그 결과 아들은 아버지에게, 딸은 어머니에게 자신 안의 어두운 욕망, 곧 그림자를 투사하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자식으로부터 그림자의 투사를 받는 부모 역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자식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다시 투사한다는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의 어두운 욕망은 그림자라는 형태로 서로 충돌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목격하는 부모와 반대 성의 자식 간의 갈등의 뿌리에는 바로 이러한 그림자의 상호 투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부모에 대한 자식의 소유욕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다양한 형태의 그림자 투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태 솔로 상태로 결혼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들이나 딸이, 부모와는 달리 자유로운 연애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젊은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적절한 배우자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특히 딸을 둔 부모일수록 딸의 잦은 연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젊은 시절 연애 경험이 거의 없었던 부모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만약 부모의 기대와 달리 딸이 성실하지 못한 상대들과만 관계를 이어간다면 부모는 큰 불안과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자식에게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질책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모의 그림자가 자식에게 투사되기 시작한다. 부모는 젊은 시절 자신의 부모의 통제로 인해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연애를 자식이 대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무의식적인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는 억눌린 소망 역시 함께 떠오른다.
반대로 자식 역시 성적으로 정숙했던 부모의 젊은 시절을 무의식적으로 질투하며 그 감정을 부모에게 다시 투사한다. 이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그림자의 상호 투사 현상이다.
R 또한 자신의 아버지와 이러한 그림자의 투사 관계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고 한다. 사춘기 시절, R의 아버지는 젊고 아름다우며 지적이기까지 한 여성을 새로운 아내로 맞이했다. 그런데 당시 R에게 이 새어머니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그려 왔던 이상적인 어머니의 모습과도 같았다. R이 사춘기의 방황을 멈추고 학업에 충실한 모범생으로 변화하게 된 데에는 이 새어머니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아들이 바른길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오히려 R에게 이전보다 더 엄격하고 냉정하게 대했다는 점이다.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이미 아버지보다 키가 훨씬 크고 외모도 훤해진 아들이, 자신의 새로운 아내와 유난히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강한 질투심을 느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때부터 이 완벽한 새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R과 그의 아버지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새어머니를 둘러싼 아들과 아버지 사이의 그림자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결국 R의 아버지는 R과 자신의 새로운 아내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선택에는, R이 과거와 달리 학교생활에 충실하며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버지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놓는 선택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