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투사(projection)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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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다른 형태의 그림자를 살펴보자. 그림자에는 우리가 스스로 싫어하는 성격적 특성 또한 숨어 있다. 주변을 떠올려 보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유난히 싫은 사람이 한두 명쯤은 꼭 있을 것이다. 나와 유독 맞지 않고 만나기만 하면 다툼이 잦거나,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드는 사람 말이다. 융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그림자가 상대방에게 투사되었기 때문에 나타난다.


그렇다면 투사란 무엇일까? 투사(projection)는 원래 프로이트가 최초로 사용하고 체계화한 개념으로, 자신의 무의식적인 욕망이나 감정, 성격적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뜻한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그림자를 타인에게 끊임없이 투영(投影)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의 그림자와 유사한 말이나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강한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그림자의 투사가 이성보다는 동성 사이에서 더 자주, 그리고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이성보다 동성 간에 공유하는 어두운 욕망의 구조가 더 많이 겹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성들에게는 무의식적인 과시 욕구가 존재한다.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지, 직업의 사회적 지위는 더 높은지, 키나 외모는 어떤지, 타는 차는 더 좋은지, 나아가 연인이나 배우자의 외모는 더 뛰어난지 등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가령 한 남성이 자신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남성이 매우 아름다운 여성과 함께 고급 외제차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해보자. 십중팔구 그 남성은 상대를 향해 강한 질투심을 느낄 것이다.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분명 부잣집에서 태어나 고생이라는 걸 모르고 자란 놈일 거야”라거나 “아마 원룸에 살면서 무리하게 할부로 산 차일 거야”와 같은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할지도 모른다. 이때 외제차를 탄 남성을 보며 느낀 질투심이 바로 이 남성의 어두운 그림자다. 그의 무의식 속에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고급 차를 몰고 아름다운 여성을 사귀며 살고 싶다는 은밀한 욕망이 이미 그림자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의 그림자와 마치 동일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을 목격하자, 그 억눌려 있던 그림자가 상대에게 투사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그림자의 투사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여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림자의 투사는 남성들보다 훨씬 격렬한 것 같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주로 남자친구나 배우자의 경제력과 직업, 사회적 지위가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된다. 특히 명품 소비에 높은 가치를 두는 일부 여성의 경우, 친구가 자신보다 훨씬 더 비싼 명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강한 질투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 역시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가 상대에게 투사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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