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마와 아니무스: 이상적인 남녀의 결합

융의 영혼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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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10>은 남녀가 서로에게 가장 이상적인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투사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남자 또는 여자로 태어난 이상, 평생을 함께할 이성을 만날 때 비로소 정신적으로 완전해질 가능성이 열린다. 여기서 ‘가능성’이라는 표현이 특히 중요하다. 누구도 이 과정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 이성과 만난다고 해서 곧바로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 속 시소처럼, 서로에게 투사되는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지 않을 때에만 행복한 연애나 결혼이 가능하며, 궁극적으로는 자기(Self)의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림에서처럼 이상적인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 해답은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비율에 달려 있다.


이미 살펴본 킨제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성과 여성성은 극단적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라, 어느 쪽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연속선상의 차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성성이 강한 남성일수록 여성성이 강한 여성을 만나야 하고, 여성성이 강한 남성은 남성성이 강한 여성을 만날 때 비로소 정신적 균형을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남녀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다. 반대로 자신의 남성성이나 여성성의 정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이성을 만난다면, 진정한 사랑이나 깊은 관계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행복한 연애나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여러 남녀의 성향을 유심히 관찰해 왔다. 그 결과, 서로의 남성성과 여성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에만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관계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근육질의 체격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남성은 순종적이고 여성적인 성향의 여성을 만났을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마르고 왜소한 체격에 여성적인 성향이 강한 남성은, 체격이 좋고 남성적인 성향을 지닌 여성을 만났을 때 가장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각 개인이 지닌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크기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남성성이 강한 남성의 내면에 존재하는 아니마는 매우 여성적이고 순종적인 특성을 띠게 된다. 따라서 이 남성에게 가장 잘 맞는 여성은 자연스럽게 여성적이고 순종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이 된다. 반대로 여성성이 강한 여성의 내면에 존재하는 아니무스는 거칠고 활동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 경우, 그 여성에게 어울리는 남성은 당연히 거칠고 활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이러한 두 사람이 만날 때, 시소가 균형을 이루듯 아니마와 아니무스 역시 가장 안정적인 평형 상태에 가까워진다.


다시 <그림 6-8>의 두뇌 지도를 살펴보자. 두뇌에서 아니마와 아니무스에 해당하는 주요 영역은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시상하부(Hypothalamus)다. 앞서 설명했듯이, 측좌핵은 쾌감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핵심 기관이다. 특히 남녀가 사랑을 느끼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때, 이 부위에서 도파민 분비가 크게 증가한다. 도파민은 인간의 행동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우리는 쾌감을 주는 대상에는 끌리고, 불쾌감을 주는 대상은 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많은 젊은 남녀가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애쓰는 이유 역시, 이러한 도파민 분비에서 비롯되는 강한 쾌감과 무관하지 않다.


다음으로 시상하부 역시 아니마와 아니무스와 깊은 관련을 맺는 영역이다. 시상하부는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추로, 식욕, 갈증, 수면, 체온, 성욕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조절한다. 시상하부는 바로 아래에 위치한 뇌하수체(pituitary gland)를 통해 다양한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데, 특히 고환이나 난소에서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도록 작용함으로써 성욕이 생기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측좌핵과 시상하부는 성욕이라는 강력한 쾌감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이끄는 중요한 조절자 역할을 한다. 이를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관점에서 보면, 남성과 여성은 성욕이라는 쾌감을 매개로 삼아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아니마 또는 아니무스를 무의식적으로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두뇌적 기반을 측좌핵과 시상하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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