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중독회로(EAC) 독서법

감정중독회로(Emotional Addiction Circuit) 독서법

당시 뇌과학에 관심이 많던 나는 우리 모임의 낭독 방법을 ‘감정중독회로(Emotional Addiction Circuit) 독서법’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유는 감정을 실어서 낭독을 하면 정서 처리와 보상과 관련된 두뇌의 여러 신경 회로가 함께 활성화되어, 독서에 더 많은 몰입과 흥미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모임에서 진행했던 감정중독회로 독서법의 과정을 정리해 보겠다.


1. 각자의 스마트폰 녹음기를 켠다.

2. 책의 내용을 돌아가면서 감정을 실어서 낭독한다.

이후 나의 제안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재밌는 과정이 더 추가되었다.

1. 큰 몸짓과 손동작을 사용한다.

2. 노래 가사의 일부를 불러 본다.

3. 울거나 웃는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감정 표현이 풍부한 내가 이런 식으로 과격하게 낭독을 하자, 점차 다른 사람들도 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우리 모임의 공식적인 규칙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회원들은 내가 바꾼 낭독 규칙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유는 강한 감정 표현을 동반한 낭독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해소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설명했듯이 낭독은 정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속발음을 외부의 소리로 전환하는 행위이며, 이 과정에서 주의 집중과 정서적 각성이 동시에 강화되어 독서에 더 오랫동안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지금부터 내가 이름 붙인 감정중독회로 독서법(EAC)의 뇌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여러분은 낭독이라는 행위가 왜 독서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지를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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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4>는 우리 두뇌의 감정중독회로를 보여주고 있다. 이 회로가 작동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외부에서 들어온 강한 자극이 편도체를 강하게 자극한다. 이후 편도체는 이 신호를 측좌핵으로 전달한다. 측좌핵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쾌감 호르몬을 전전두엽으로 보내게 된다. 쾌감을 느낀 전전두엽은 이 자극에 대한 기억을 다시 해마로 돌려보낸다.


이미 강조했듯이 도파민은 중독의 호르몬이다. 우리가 어떤 행동에 중독되면, 더 많은 도파민을 얻기 위해 그 행동을 더욱 자주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중독 현상이 바로 감정중독회로에 의해 발생한다. 이 회로가 편도체에서 해마까지 한 바퀴를 돈 뒤 다시 편도체로 돌아오게 되면, 이전보다 더 강한 자극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또다시 회로를 순환한다. 이처럼 감정중독회로는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점점 더 강력한 자극으로 증폭된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 바로 중독의 메커니즘이다. EAC 독서법은 바로 이러한 회로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법이다. 따라서 아무리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한다면 독서라는 긍정적인 행동에 중독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독과 관련하여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의 모든 것』의 문장을 다시 한 번 인용하겠다.


“인간에게 나타나기 쉬운 강력한 3대 중독이 있어요. 설탕중독, 알코올중독, 감정중독이지요. 중독 현상은 반응 동작을 멈추기 힘든 상태를 말합니다. 뇌 작용이 반복되는 폐회로를 맴도는 것과 같은 현상이죠. 감정중독 현상은 점차로 커지는 나선형 소용돌이 같아요. 그래서 감정은 점점 강해지면서 주변의 뇌 활동 영역을 잠식하지요. 결국 뇌의 모든 활동이 감정의 단일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면서 우리 뇌는 감정 상태에 점령됩니다. 증가하는 나선형의 회로를 돌기 때문에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왔을 때는 처음에 입력된 값과 달라지지요. 이 루프가 또다시 돌면서 처음 입력된 값은 계속 증폭됩니다.”


- 『뇌과학의 모든 것』 중 -


여기서 말하는 이 ‘폐회로’가 바로 내가 설명하는 감정중독회로의 한 형태다. 그리고 이 회로를 독서에 적용한 것이 바로 감정중독회로(EAC) 독서법이다. EAC 독서법은 감정중독회로의 출발점인 편도체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 정독보다는 낭독을 핵심 방식으로 사용한다. 즉, 책의 내용을 자신의 맑고 안정된 목소리로 차분히 소리 내어 읽는 것이다.


낭독은 소리 자극이다. 따라서 빛 자극보다 훨씬 빠르게 두뇌의 독서 관련 피질에 도달한다. 사실 EAC에서 낭독, 즉 소리 자극을 사용하는 데에는 중요한 뇌과학적 이유가 있다. 감정중독회로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편도체이기 때문이다.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와 같이, 인간의 편도체는 소리 자극에 특히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기존의 빛 자극 중심인 정독이 아니라, 소리 자극 중심의 낭독을 EAC 독서법의 핵심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소리 자극을 처리하는 청각피질은 빛 자극을 처리하는 시각피질에 비해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구조적으로 훨씬 가깝게 위치해있다. 두뇌 구조에서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신호 전달 과정에서 거쳐야 할 경로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이러한 두 가지 뇌과학적 이유로 인해, EAC 독서법에서는 외부 자극으로 정독이 아닌 낭독을 사용하는 것이다.


비록 통계적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나, 우리 독서 모임 회원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EAC를 적용한 독서를 실시했을 때, 그 중독성은 실로 강력했다. 일단 EAC에 중독되면, 그야말로 하루 종일 수불석권(手不釋卷), 즉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회원들 중 일부는 EAC 독서를 통해 지나치게 독서에 몰입한 나머지, 건강을 해친 경우도 있다. 그만큼 한 번 중독되면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 이 감정중독 독서법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EAC의 이러한 긍정적인 중독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시 한번 『뇌과학의 모든 것』에 등장하는 관련 문장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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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는 기능을 결정합니다. 편도체로부터 입력되는 감정 신호는 행동 조절자 역할을 하는 전두엽과 운동중추인 선조체(기저핵의 일부), 전운동영역(premotor area)에 각각 영향을 주어 행동 출력이 감정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의 논리는 자기 주관에 갇혀 감정적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렵지요.”

- 『뇌과학의 모든 것』 중 -


이 문장은 편도체에서 생성된 감정이 두뇌의 다른 영역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EAC 독서법은 바로 이 점을 활용한다. 자신의 감정을 실어 책을 낭독함으로써, 편도체에서 강한 감정 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같은 책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도 등장한다.


“편도체로부터 입력되는 감정 신호는 행동 조절자 역할을 하는 전두엽과 운동중추인 선조체, 전운동영역(premotor area)에 각각 영향을 주어 행동 출력이 감정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의 논리는 자기 주관에 갇혀 감정적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렵지요. 논리 정연한 토론들도 대부분 감정적 논쟁으로 끝나지요. 신경회로의 구조를 봐도 논리가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게 생겼습니다. 이것은 뇌신경회로 자체를 보아도 드러납니다. 전전두엽에서 편도체로 나가는 신경섬유보다, 편도체에서 전전두엽으로 들어가는 신경섬유의 수가 더 많기 때문이지요.”

- 『뇌과학의 모든 것』 중 -

이 문장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로 향하는 신경섬유의 수보다는, 그 역방향의 수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뇌과학자들의 말처럼, 두뇌의 구조는 곧 기능을 결정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에 더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결국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성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보다 감정을 강조한 흄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 셈이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인간은 감정의 노예다(이성은 정념의 노예이며, 노예여야만 한다): 데이비드 흄(David Hume)


어떤 면에서 보자면, EAC 독서법은 상당히 위험한 독서법일지도 모른다. EAC에 빠지는 순간,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다소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생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술친구나 게임 친구)들과는 과감히 관계를 정리하게 될 것이다. 가족과 함께 EAC 낭독을 즐기기 위해, 퇴근 후에는 곧장 집으로 향할 것이다. 그 결과 가족 간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자녀는 유익하지 않은 스마트폰 대신, 오히려 ‘무서운’ 독서에 중독될 것이며, 그로 인해 학교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될 것이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깊어져, 자극적인 외도를 생각할 여지가 사라질 것이다. 가족 모두가 독서에 중독된 나머지 TV는 그저 장식품으로 전락할 것이고, 읽을 책이 너무 많아 책장을 몇 개 더 구입해야만 할 것이다. 결국에는 그동안 읽어 온 수많은 책에서 축적된 지식이 쌓여, 나처럼 직접 책을 쓰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 모든 것이 바로 EAC 독서법을 통해 여러분이 경험하게 될 ‘무서운’ 변화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EAC 독서법은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한 번 빠지면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이 감정중독 독서법(EAC)의 가장 강력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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