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독서 모임에 한 가지 과정을 더 추가했다. 바로 낭독 과정 중에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연습장에 직접 써보는 것이다. 이처럼 책에 등장하는 단어를 손으로 직접 써보는 행위는 뇌과학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독서 방법이다. 이유는 앞선 장들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두뇌에서 습관적인 행동을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저핵(basal ganglia)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설명했듯이, 기저핵의 지도에는 입술과 손가락이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연습장에 중요한 단어를 써 내려가는 행위는 손가락을 사용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입술로는 낭독을 하고, 동시에 손으로는 단어를 쓰게 되면 기저핵은 계속해서 자극을 받게 된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결국 독서라는 습관이 기저핵에 깊이 새겨지는 것이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릴 적 학교에서 한글을 배울 때를 떠올려보라. 큰 소리로 글자를 읽으면서 동시에 손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써 내려갔을 것이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한글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익숙함이 바로 습관이며, 이러한 습관이 기저핵에 그대로 저장되는 것이다. 실제로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등으로 기저핵이 손상되면 말하기나 쓰기와 같은 기본적인 행동이 눈에 띄게 서툴러진다. 이처럼 독서와 밀접하게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는 기저핵에 바람직한 습관을 저장하기 위해서, 낭독과 쓰기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도 있다.
“저는 펜으로 쓰는 게 정말 귀찮아요. 그냥 키보드로 입력하면 안 될까요?”
그렇게 해도 괜찮다. 쓰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키보드로 입력해도 무방하다. 키보드에 입력하는 행동 역시 기저핵에 위치한 손가락 지도와 깊이 관련되기 때문이다. 처음 한글 자판을 배울 때를 떠올려 보라. 처음에는 원하는 단어를 입력하기 위해 양손의 모든 손가락이 담당하는 키보드 위치를 하나하나 의식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키보드를 보지 않고도 능숙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원하는 단어를 화면에 입력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