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기 전의 망설임, 다녀온 뒤의 안도감

by 봄날의꽃잎


약속이 생기면 처음에는 설렌다. “언제 볼까?” 하고 친구에게 연락을 받으면 금세 마음이 들떠서, 다이어리에 날짜를 동그라미 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진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는 생각에 어떤 옷을 입고 갈까, 어디서 무슨 얘기를 나눌까, 기대가 차오른다.


하지만 약속이 하나둘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며칠 전까지는 그렇게 기다려지던 자리인데, 막상 약속 당일이 가까워지면 몸이 무겁다. 전날까지만 해도 신났는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냥 오늘은 집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스며든다. 준비하는 시간조차 버겁게 느껴지고, 누군가와 마주 앉아 웃고 떠드는 게 왜 이렇게 큰일처럼 다가오는지 나 스스로도 알 수가 없다. 그 자리를 가볍게 여기는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면 또 다르다. 막상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나는 누구보다 잘 웃고, 잘 이야기한다. 분위기를 맞추다 보면 나도 즐겁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다녀오길 잘했어, 역시 만나길 잘했어’ 하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늘 그렇듯, 약속 전의 마음과 다녀온 후의 마음은 정반대다.


젊은 시절에는 이런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 왜 만나자는 말에 그렇게 기뻐하면서도, 정작 약속이 다가오면 부담으로 바뀔까. 나는 게으른 걸까, 모순된 걸까.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것은 단순한 나약함이 아니라 ‘외향적인 내향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것을.


외향적인 내향인은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쉽게 지친다. 기대와 설렘이 크면 그만큼 부담도 커지고, 그래서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낯선 자리에는 망설이지만, 익숙해지면 누구보다 따뜻하게 다가간다. 내향과 외향, 두 성향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50대가 된 지금은, 이런 나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 약속을 앞두고 망설이는 마음도, 만나고 돌아와 안도하는 마음도 모두 내 삶의 리듬이 되어버렸다. 사람을 기다리는 설렘과, 혼자만의 고요한 회복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 그것이 외향적인 내향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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