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아도 빛나는 삶
제주도 한라산의 바람은 언제나 거세다.
봄에도, 여름에도, 그곳엔 바람이 가득하다.
그 차가운 바람 바위틈 사이로
작은 꽃 하나가 고개를 든다.
돌 위에 피어난다는 그 꽃, 돌매화.
한라산에서만 볼수 있다는 꽃이다.
돌 위에서 꽃이 핀다는 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자리에서
스스로를 피워낸다는 뜻이다.
흙 대신 돌을 붙잡고,
바람과 햇살에 몸을 맡기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누군가의 손길도 닿지 않는 자리에서
그저 살아 있음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그건 화려하지 않지만,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피어나는 생명의 빛,
묵묵히 자신의 계절을 만들어가는 고요한 빛남이다.
나는 그런 삶을 닮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돌매화 같은 사람들.
누구의 시선에도 기대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걷는 사람들.
많이 말하지 않아도 따뜻하고,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들.
그들은 눈부시지 않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만으로도 빛이 된다.
돌 위에서 피어난 꽃처럼,
그들은 고요한 힘으로 세상을 견딘다.
때로는 바람에 흔들리고,
때로는 비에 젖지만
결국 그 모든 계절을 통과하며 다시 피어난다.
삶이 쉽지 않아도 스스로의 온기를 잃지 않고,
작은 자리에서도 자신만의 향을 남긴다.
나는 그런 사람을 안다.
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조용히 등을 내어주는 사람.
기쁨보다는 슬픔을 먼저 알아차리고,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
그의 하루는 분주하지만,
그 안에는 바위틈의 꽃처럼
조용한 생명력이 숨 쉬고 있다.
돌 위에서 피어난다는 건
결코 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딱딱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피워내는 것,
그건 가장 강한 용기다.
그래서 나는 돌매화를 떠올릴 때마다
살아 있다는 말보다,
살아낸다는 말을 먼저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고,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피어나는 사람.
돌 위의 작은 꽃처럼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밝혀주는 사람.
세상의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향이 남는 사람.
그런 삶, 그런 마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