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차가운 계절에 피어난 따뜻함

by 봄날의꽃잎


겨울은 언제나 차가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차가움은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끌어안아주는 느낌이었다.


찬바람이 스치는 순간순간마다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더 선명히 느꼈고,

눈이 내리던 아침이면

세상이 새로 태어난 듯 조용히 반짝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왜 겨울을 기다렸을까.

그 이유를 몰랐던 그때,

아마도 겨울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 삶의 첫 문장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가장 차갑고 가장 고요한 계절,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시간 속에서

나는 세상으로 불려 나왔다.

생각해보면,

겨울의 탄생은 나에게 삶의 방식 같은 것이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누군가는 따뜻함을 찾아 걷고,

얼어붙은 땅 아래에서도

새 순은 기어이 올라오는 것처럼.


겨울은 내게

“너는 쉽게 꺼지지 않는 사람이다”

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늘 조용히 버티고,

내 안의 작은 불씨를 손으로 감싸며 살아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들 역시

겨울에 찾아왔다.

세 아들 모두 겨울에 태어났다는 사실은

내게 우연이라는 말을 믿지 못하게 만든다.

세 번의 겨울,

세 번의 울음,

세 번의 첫 숨.


첫 아이가 태어난 날,

세상에 내린 첫눈은

마치 우리를 축복하듯 기쁨의 조각들을 흩뿌렸다.


둘째 아이가 찾아온 겨울날

삐걱대던 문틈 사이로 들어오던 찬바람은

오히려 내 품 안의 작은 몸을 더 뜨겁게 느끼게 했다.


막내 아이가 세상에 손을 내밀던 그 깊은 겨울,

나는 비로소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눈송이처럼 가볍고도

따뜻하게 녹아드는 순간을 경험했다.


겨울은,

내가 다시 태어난 계절이었다.

아이를 안을 때마다

나는 늘 전보다 더 깊은 사람이 되었고,

겨울은 그 변화를 조용히 품어주는

너른 바다 같았다.


그래서 이제 나에게 겨울은

단순히 ‘지나가는 계절’이 아니다.


겨울은 우리 가족의 탄생일이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 아니라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첫 장 같은 계절이다.


눈이 내릴 때마다

나는 문득 아이들이 태어나던 순간의 숨결을 떠올린다.

작고 뜨겁던 손,

입술 끝에서 뗀 처음의 울음,

나를 꼭 붙잡던 작은 손가락 하나.

그 모든 장면이

하얀 겨울빛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겨울이 차갑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늘 따뜻한 얼굴로 돌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겨울은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셋이나 품어다 주었으니까.


누군가는 겨울을 끝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겨울을 ‘다시 시작하는 계절’이라고 믿는다.


겨울에 태어난 나,

겨울에 태어난 세 아들,

그리고 겨울마다 단단해지는 삶의 결.


겨울은 내게

“너는 여기까지 잘 왔다.

이제 다시 시작해도 된다.”

라고 조용히 속삭여주는 계절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그리고 앞으로도

겨울이 오면 다시 태어날 것이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식지 않는 사랑의 온기를 안고,

새로운 나를 조용히 품어 올리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