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필사
“비교는 나를 자극하는 대신
나를 지치게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호흡으로 살아야 한다.”
—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어제 친구들을 만났다.
스무 살에 처음 만났던 얼굴들.
그때는 모두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같은 방향을 보고 걷던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일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가족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여전히 꿈을 붙들고 있었다.
웃고 떠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동안은 괜찮았다.
그런데 문득, 아주 잠깐
비교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저 친구는 저만큼 왔는데,
나는 아직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나는 혼자서
나의 현재를 설명하려 들고 있었다.
비교는 늘 이렇게 찾아온다.
특별한 이유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 앞에서일수록
더 조용히, 더 깊게.
그래서 오늘은
이 문장을 천천히 적어보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호흡으로 살아야 한다.
문장을 따라 쓰며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같은 출발선에 있었지만
같은 길을 걷기로 약속한 적은 없었다는 걸.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무게와 리듬이 있었고,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만으로는
서로의 시간을 다 알 수 없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비교가 스칠 때마다
나는 나를 줄 세우고, 내 시간을 재단하고,
괜히 마음을 좁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은 그 비교의 순간을
그냥 지나가게 두기로 한다.
친구들의 자리를 부러워하지도,
나의 자리를 깎아내리지도 않고
그저,
지금의 나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음을
기억하기로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잘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