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필사
“우리는 모두 ‘찰나’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찰나’에 나의 인생을 비교하며
나의 소중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로 한다.”
— 이해인,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이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펜을 멈췄다.
‘찰나’라는 단어가 예쁜 말로만 남지 않고
내가 놓치고 살던 순간들을 조용히 불러내는 것 같아서였다.
나는 가끔 내 삶이 부족해서 흔들리는 게 아니라
내 삶을 너무 빨리 지나가서 흔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를 살고 있는데 하루가 내 것이 되기 전에
먼저 사라져버리는 느낌.
그래서 나는 문득 이 질문을 내게 던져본다.
내 삶의 찰나는 무엇일까.
찰나는 대단한 사건이 아니었다.
사진으로 남길 만큼 특별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잠깐 멈추는 순간,
내 마음이 나를 놓치지 않게 붙잡아주는 순간.
그게 나의 찰나였다.
예를 들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공기가 달라진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다.
“오늘은 바람이 다르네.”
그 짧은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그때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을 아주 잠깐 되찾는다.
또 어떤 날은 필사를 하다가
문장이 갑자기 내 얘기처럼 붙는 순간이 있다.
눈으로 읽을 때는 그냥 문장이었는데
손으로 옮겨 적는 동안 마음이 뭉클해져서
나도 모르게 숨을 한 번 크게 쉬게 되는 순간.
“아… 내가 이 말이 필요했구나.”
그건 아주 짧지만
나를 다시 나에게로 데려오는 찰나다.
그리고 나는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찰나를 자주 만난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잠깐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순간.
작은 표정 하나가 바뀌는 순간.
그 찰나를 알아차릴 때
나는 아이의 하루를
조용히 지켜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 순간들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마음속에서는 분명히 남는다.
하루 끝에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도 가끔은
비교가 스칠 때가 있다.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각자의 삶을 듣다 보면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 나는
비교의 끝에서
나를 다그치기보다
나를 붙잡는 쪽을 선택해보려고 한다.
“괜찮아. 너도 너만의 찰나를 살고 있어.”
그리고 문득 가족 생각이 스치는 순간들이 있다.
밥상을 차리다가 아무 이유 없이
“얘들 잘 컸다…”
그런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서 누구에게 말하지도 않지만
그 찰나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나는 결국 그 찰나들 덕분에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이다.
찰나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다시 데려오는 순간이다.
타인의 찰나가 반짝일 때 나도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나의 찰나를 놓치지 않기로 한다.
오늘도 내 삶은 조용히 흘러갔지만
그 안에는 분명 내 마음이 살아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찰나들이 쌓여 결국 나의 삶이 된다면,
오늘도 충분히 잘 살아낸 하루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