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말을 가로막는 심리적 배경

소통의 벽을 허무는 통찰

by 뉴욕 산재변호사

이번 대선에서 TV 토론을 지켜보며 가장 못마땅하게 느꼈던 것 중 하나는 후보들이 상호 간에 말을 끊는 행위였다. 이는 이재명 현 대통령님과 당시 다른 후보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대중에게 보여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흔히 나타나는 이러한 모습은, 토론을 포함한 모든 대화가 얼마나 섬세한 상호작용이며,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교환하는 지난한 과정인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상대방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끼어드는 '말 끊기'는 단순한 버릇을 넘어, 우리 내면에 자리한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이는 소통의 질을 저해하고 관계에 깊은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끊는 심리적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대화에 대한 지배 욕구와 통제에 대한 무의식적인 시도이다. 대화의 흐름을 자신이 주도하고 싶거나, 자신의 의견을 가장 먼저 내세워 우위를 점하려는 욕구가 발현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느끼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나,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불안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또한, 불안감과 충동성이 말을 끊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자신의 생각이 곧 사라질까 봐, 혹은 말할 기회를 영원히 놓칠까 봐 두려워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는 충동이 앞서는 것이다. 이는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감정을 즉시 외부로 표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향과도 연결된다. 때로는 나르시시즘적인 경향이 강할 때,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이 상대방의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여기며 상대의 말을 경청할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공감 능력의 부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상대방의 말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이나 그들의 대화 의도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할 때, 우리는 자신의 관점에서만 이야기하기 바빠 상대의 말을 가로막게 된다. 이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여된 결과이며, 대화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더불어,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도 작용한다. 과거에 자신의 이야기가 충분히 경청되지 못했던 경험이 있거나, 현재 대화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주목받고 싶다는 무의식적 바람이 말을 끊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성급함과 인내심 부족은 현대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말 끊김의 원인이다.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우리는 상대방이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비효율적으로 여기거나, 답답하게 느끼곤 한다. 이러한 인내심의 결여는 대화의 깊이를 얕게 만들고 피상적인 정보 교환에만 머물게 한다.

이처럼 상대방의 말을 끊는 행위는 단순히 '말실수'가 아니라, 지배 욕구, 불안, 자기중심성, 공감 부족, 성급함 등 다양한 심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고, 오해를 낳으며, 신뢰 관계를 손상시켜 대화를 단절시키거나 비생산적인 논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가의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는 공적인 토론의 장에서 이러한 모습은 시민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의 '말 끊기' 습관 뒤에 숨겨진 심리적 동기를 이해하고 성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 그리고 상대방의 존재와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의식적으로 함양해야 한다. 이러한 경청의 미덕을 회복할 때 비로소 우리는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선 진정한 교감과 이해의 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더욱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적 공론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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