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사발면, 추억을 삼키다

by 뉴욕 산재변호사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사발면 한 그릇을 비웠다. 솔직히 건강에 좋지 않은, 그저 탄수화물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이 면발을 후루룩 삼키는 건 단순한 감칠맛 때문만은 아니다. 뜨거운 물에 익어가는 면발에서 피어나는 김처럼, 아련한 추억들이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20년 전, 군 복무를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길고 고된 행군을 마치고 녹초가 된 몸으로 내무반에 돌아왔을 때, 전우들과 함께 땀 흘리며 들이켰던 그 사발면 맛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굶주림 속에서 맛본 국물의 감칠맛, 꼬들꼬들한 면발의 식감,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그 온기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그건 고통을 함께 나누는 전우애의 증표였고,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잠시나마 허락된 아늑한 위로였다. 그 한 그릇 속엔 젊은 날의 치열함과 순수함,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했던 끈끈한 유대감이 녹아 있었다.


문득 영화 '식객'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임금님이 최종 음식으로 나온 육개장을 맛보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 임금의 눈물은 단순히 음식이 맛있어서 흘린 게 아니었다. 그 육개장 한 그릇 속에 담긴 백성들의 피와 땀, 그리고 그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기능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결국 오늘 밤 내가 사발면 한 그릇을 통해 얻은 건, 짭짤하고 매콤한 국물 맛 이상의 것이었다. 그건 흘러간 시간 속에서 쌓인 소중한 기억과 감정들이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삶의 한 조각을 다시 맛보고 추억하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때로는 가장 평범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이 우리에게 가장 깊은 울림과 위로를 건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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