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뇌 가설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다
의뢰인들이 로펌을 선택하는 기준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얼마나 큰 로펌 인가 하는 것일 것입니다. 큰 로펌을 선택하면 막연하게나마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은 느낌이 있으실 텐데요. 저는 이 가설을 인간의 지능과 연계 지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똑똑한 변호사가 같은 사고에 대해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전제하면, 결국 큰 로펌을 선택한 청구인은 그 선택으로부터 똑똑한 변호사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지능이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에 대해 크게 세 가지의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찰스 다윈의 '성 선택설'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 따르면 여성은 똑똑한 남성을 선택하고, 그 결과 인류 전체의 지능이 발달해 왔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가설이 참이려면 남녀 사이에 지능 차이가 존재해야 합니다. 수컷 공작새의 아름다운 꼬리는 대를 이어 유전되는데, 그 꼬리는 암컷 공작새가 갖기 못한 것입니다. 암컷 공작새가 수컷 공작새의 아름다운 꼬리를 보고 짝을 선택하듯, 여성도 남성의 우수한 지능을 보고 남성을 선택한다는 것이 성 선택설입니다. 그러나, 남녀 사이의 지능 차이를 연구한 결과 그 차이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언어능력이나 공간지각 능력 같은 특수한 영역을 몰라도, 전체적인 지능 면에서 두 집단 사이의 차이는 거의 없으며, 지능은 사실 남녀의 집단 차이보다 개인차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가설은 '도구 지능설'입니다. 우리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면서 지능의 발달을 이루었다는 가설인데, 이 주장 역시 도구와 지능 사이에 상관관계는 발견되지만 인과관계까지는 발견되지는 않으면서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지능이 발달하면서 도구를 더 잘 사용한 것은 맞아도, 도구가 인류의 지능발달에 영향을 주었다는 결정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가설은 바로 '사회적 뇌 가설'입니다. 초기 인류를 분석해 보면, 더 큰 사회적 부족 집단을 이루고 있었던 인류가 작은 사회적 부족 집단을 이루고 있었던 인류보다 지능이 높았다는 증거가 발견된다고 합니다. 인류가 사회성 때문에 진화하게 되었다고는 보는 이 가설은, 인류의 경쟁과 협력 관계가 지능 발달에 직접 도움을 주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어느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에게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라한 뒤 그의 뇌를 스캔해보면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뇌와 유사한 패턴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즉, 우리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조차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홀로 있을 때조차 직장 상사나 동료, 배우자나 연인, 혹은 자녀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고 있을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홀로 있을 때조차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산타페 연구소의 ‘창의성과 도시 크기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도 이 사회적 뇌 가설을 지지합니다. 도시 인구가 증가할수록 도시의 창조적 역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었습니다. 도시가 10배 커지면 창의적인 역량은 10배가 아닌 17배가 늘어난다는 것인데요. 도시의 성취가 인구수에 정비례한다면, 도시의 창조적 역량이란 결국 개인들의 창조적 역량을 합한 것이라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인구수와 창조적 역량이 정비례가 아닌 1.7배의 기하급수적 관계가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여 상호작용하는 것이 창조성의 근원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지요.
똑똑한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똑똑한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같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 좋은 질문을 던지고, 협력하여 해답을 찾고, 아이디어에 힌트를 더해주고, 아이디어는 더욱 진보되며, 기대하지 않은 지식을 우연히 배우는 과정을 통해 똑똑한 사람은 전보다 성장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미국 전역에 창의적인 직업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조사해 보니, 대도시에 훨씬 많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인구수에 정비례해 많은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창의적인 결과를 만드는데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 저도 히어링 (hearing)이나 데포지션 (deposition)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동료 변호사나 선임 변호사 그리고 스탭과 긴밀한 토론을 주고받습니다. 그들이 해놓은 케이스 분석을 모두 참조하여 제 케이스 분석에 통합합니다. 의뢰인들이 툭툭 던져주시는 질문이나 증거도 케이스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의뢰인과의 모든 소통을 깨알 같은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동료 및 선임 변호사와 스탭, 그리고 의뢰인의 생각을 모두 내 것으로 흡수하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케이스를 바라볼 때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한 것인데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 구절처럼, 사회적 뇌를 통해 획득한 집단지성으로 우리는 탁월성을 성취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