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한 길에서 찾는 지혜
수천억 원대 자산을 일구고 세계적인 기업을 세운 김승호 회장. 젊은 시절 도미하여 성공 신화를 쓴 그의 최근 취미는 뜻밖에도 농사다. 그는 농사를 지으며 개인 농장을 흐르는 강물을 통해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강물은 결코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택하지만 결국 가장 빠른 길을 찾아 흘러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노자(老子)의 사상, 특히 '유약이 강강(柔弱勝剛強)', 즉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도가(道家)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김승호 회장님은 사실 노자 철학을 기반의 경영 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다.) 노자는 물의 속성을 가장 이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제시한다. 물은 부드러워 어떤 형태든 수용하고, 낮은 곳으로 흐르며 다투지 않지만, 결국 모든 것을 굴복시키고 가장 깊은 곳에 이른다. 강물이 휘어져 흐르는 것은 저항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깊은 본질에 도달하는 길임을 김승호 회장은 강물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목적지에 가장 빨리 도달하려는 조급함 대신,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는 지혜가 오히려 궁극적인 속도와 효율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에서도 이와 유사한 강물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싯다르타는 강가에 머물며 강물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그는 강물이 끊임없이 흐르면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유지하고, 모든 존재를 품어 안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시에 흐르는 것을 느낀다. 싯다르타가 "강에서 찾은 깨달음"은 강물이 저항하지 않고 흐르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듯, 삶의 고통과 기쁨, 모순까지도 그대로 수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강물은 어떤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지류와 합쳐지고 또 나누어지면서도 결국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룬다.
예수님의 가르침에서도 이와 같은 유연함과 수용의 미덕을 찾을 수 있다. 예수님은 "오른 뺨을 때리거든 왼 뺨도 돌려 대라"거나, "속옷을 가지려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내주라"고 가르쳤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순종을 넘어, 상황에 대한 유연한 태도와 저항 대신 수용을 통해 더 큰 평화와 정신적 승리를 얻을 수 있음을 역설한다. 외부의 공격이나 불합리함에 대해 즉각적으로 맞서기보다,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고 포용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선을 이루는 지혜를 보여준다. 강물이 장애물을 만나면 굳이 부딪히지 않고 돌아가거나 넘어가듯, 예수님의 가르침은 유연한 마음으로 삶의 어려움을 대할 때 진정한 자유와 힘을 얻게 됨을 시사한다.
김승호 회장이 농사를 통해 강물의 흐름에서 얻은 지혜는, 싯다르타가 강에서 발견한 진리와 일맥상통하며, 예수님의 가르침과도 깊이 연결된다. 인생의 고비마다 우리는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길만을 고집하며 조바심을 낼 때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강물처럼 유연하게 돌아가고, 낮은 곳을 향하며, 순리를 따르는 것이 진정한 성공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길일 수 있다. 목적지에만 몰두하는 대신, 흐름 자체에 몸을 맡기고 변화를 수용하는 '강물처럼 흐르는 삶'이야말로 혼돈 속에서 가장 빠르고 깊은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