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편향과 우수성 편향

의뢰인의 보상 기대 조절하기

by 뉴욕 산재변호사

미국에서는 산재보험 클레임을 통해 근로 중 다친 근로자는 기본적인 치료 혜택은 물론이고, 치료가 마무리된 이후 현금보상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현금보상의 액수는 여러 가지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가늠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따라서, 그 예상 액수를 사건 초반에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실 보상의 정확한 액수는 치료를 모두 끝내고 난 뒤, 우리 쪽 의사와 보험사 쪽 의사의 영구적 장애 진단에 대한 평가를 받은 후에야 제대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 액수 자체가 영구적 장애의 정도와 비례 관계에 있으며, 영구적 장애의 정도는 치료와 완전히 끝나야 측정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복잡한 보상 처리 작업에도 불구, 대부분은 의뢰인들은 자신의 보상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갖습니다. 이러한 높은 기대치 때문에, 사건 종결 후 그 액수에 대해 실망하는 의뢰인들도 많습니다. 물론 변호사로서 최대 보상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기본 임무이겠습니다만, 그 ‘최대’란 말이 많은 변호사님들의 광고에 의해 의도하지 않게 다소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일반 소송에서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산재보험 사건에서는 ‘최대 보상’란 말 대신 ‘최적 보상’이란 말이 씌어야 맞습니다. 여러 변수가 작동하는 함수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산재보험 사건의 보상. 변호사의 역할이란 결국 그 변수들을 잘 활용하여 청구인이 청구할 수 있는 보상의 범위와 조건 내에서 ‘최적’의 보상을 이룩해 내는 일인 것입니다.


영국 런던대 레이먼드 돌란 (Raymond Dolan) 교수는 사회 뇌과학의 대가로 4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는 인간의 동기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객관적 확률보다 자신의 상황을 더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긍정적 편향 (optimism bias)이라 불리는 이런 인지 성향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는데요. 긍정적 편향 성향 때문에 사람들은 확률적으로는 도저히 가망 없는 로또이나 도박에 희망을 걸기도 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우수성 편향 (superiority bias)까지 추가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행운을 더욱 과대평가하게 된다고 합니다. 우수성 편향을 증명하는 예로, 90퍼센트 이상의 운전자들은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운전을 잘한다고 믿고 있으며, 대학교수의 70퍼센트가량은 자신이 상위 25퍼센트 수준의 강의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돌란 교수는 우리의 이러한 긍정적 편향을 뇌의 진화로 설명합니다. 사실 인생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러나 그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살아남지도 못할 것이며 발전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이런 위험한 생각을 막기 위해 객관적 확률보다 더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뇌가 진화했다는 게 돌란 교수의 가설입니다. 2018년 SBS 스페셜, "아이돌이 밝힌 무대 뒤 세상"에 따르면 아이돌로 성공할 확률이 0.01% 임에도 불구, 현재 수많은 청춘들이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긍정적 편향, 우수성 편향이 우리의 본성이기에 가능한 시도들이며, 이러한 노력들이 결국 싸이나 BTS와 같은 월드스타를 낳은 것이었지요.


산재보험 케이스에서 가능한 많은 보상을 받고 싶은 의뢰인의 마음을 변호사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어 비달 (Gore Vidal)이라는 미국의 유명 평론가는 “친구가 성공할 때마다, 내 안의 무엇인가가 죽는 것 같았다 ("whenever a friend succeeds, a little something in me dies.”)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가족이나 스승-제자 사이와 같이 친밀한 사이에서나 서로가 잘되는 것을 좋아할 뿐, 그 밖의 인간관계에서는 사실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픈 것이 솔직한 인간의 속성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의뢰인에게는 그분의 케이스가 잘되면 그분만큼, 아니 그분보다 더 기뻐할 변호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대 보상에 대한 청구인의 긍정적 편향, 우수성 편향을 경계하고, ‘최적 보상’의 개념을 잘 설명드리는 것이 변호사가 해야 할 기본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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