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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노자와 중용을 통해 들여다 보기

by 뉴욕 산재변호사

구약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은 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혜와 믿음으로 거대한 적을 물리친 상징적인 이야기이다. 거대한 체구와 막강한 무기로 무장한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 앞에 이스라엘 군대는 두려움에 떨지만, 어린 목동 다윗은 갑옷도 없이 단지 물맷돌과 믿음만을 가지고 나선다. 그리고 그는 거인의 이마에 정확히 돌멩이를 명중시켜 쓰러뜨린다. 이 극적인 승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힘의 우열을 넘어선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동양 철학의 한 축인 노자(老子)의 사상과도 흥미로운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노자 사상의 핵심은 '약이 강을 이기고(弱勝强)',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柔勝剛)'는 역설적인 지혜에 있다. 노자는 굳고 강한 것은 쉽게 부러지지만, 부드럽고 유연한 것은 오래 지속된다고 말한다. 또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하며, 인위적인 힘이나 과도한 노력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르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고 역설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이러한 노자의 사상을 발견할 수 있다. 골리앗은 자신의 거대한 체구와 강력한 무기, 즉 '강함'과 '단단함'에 전적으로 의존하였다. 그는 다윗을 어린아이로 치부하며 자신의 물리적 우위에 대한 맹신을 드러냈다. 반면 다윗은 골리앗의 방식대로 힘 대 힘으로 맞서지 않았다. 그는 갑옷을 거부하고, 칼 대신 물맷돌을 택했다. 이는 골리앗의 '강함'에 대항하는 '약함'이자,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부드러움'의 전략이었다.


다윗의 물맷돌은 겉보기에는 보잘것없는 '약한' 도구였지만, 그의 정교한 기술과 기민한 움직임은 골리앗의 육중한 '강함'을 무력화시키는 결정적인 '부드러움'으로 작용하였다. 골리앗의 육중한 갑옷은 그를 둔하게 만들었고, 그의 거대한 키는 오히려 물맷돌의 사정권 안에 이마를 노출시키는 약점이 되었다. 다윗은 골리앗의 강점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그의 강점이 역설적으로 약점이 되는 지점을 파고들었다. 이는 노자가 말하는 '강한 것을 피하고 약한 것을 취하는' 지혜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다윗의 행동에서 '무위(無爲)'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다윗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격렬하게 싸우려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기술과 도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었다. 이는 억지로 애쓰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행하는 '무위'의 지혜로운 적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거대한 힘에 맞서 무모하게 달려드는 대신, 자신의 강점(정교한 물맷돌 기술)을 활용하여 상대의 약점(거인의 이마)을 공략하는 것은 '무위'의 전략적 발현이다.


나아가 다윗의 승리에서는 유교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중용(中庸)**의 정신도 엿볼 수 있다. 중용은 '치우치지 않고(不偏)',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無過不及)' 상태를 의미하며, 때와 상황에 맞는 적절함을 추구하는 지혜이다. 골리앗은 자신의 압도적인 힘에 도취되어 오만과 방심이라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는 다윗을 무시하며 자신의 강점만을 과신하는 '지나침'을 보였다. 반면 다윗은 무모하게 정면 대결을 피하고, 그렇다고 싸움을 회피하여 '모자람'에 머물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물맷돌을 사용하여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공격을 가했다.


다윗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용'의 태도를 보였다. 그는 사울 왕의 갑옷을 입지 않고 자신이 익숙한 물맷돌을 선택함으로써, 억지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과 능력을 지키는 '중용'의 실천을 보여주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힘에 휩쓸리지 않고 내면의 균형과 적절함을 추구하는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특히 다윗이 물맷돌을 골리앗의 이마에 '명중'시킨 것은 중용의 '명중' 개념과 깊이 연결된다. 중용에서 '명중'은 단순히 물리적인 목표를 정확히 맞히는 것을 넘어,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적절하고 균형 잡힌 지점, 즉 '중(中)'을 찾아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나침(過)'도 없고 '모자람(不及)'도 없는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는 지혜로운 행위를 뜻한다. 다윗은 골리앗의 강점과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판단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약점을 공략하여 승리하였다. 이는 무모한 힘의 과시나 무기력한 회피가 아닌,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그에 따른 균형 잡힌 행동이 만들어낸 '명중'이었다.


결론적으로,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종교적인 서사를 넘어 노자의 '약이 강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철학적 통찰, 그리고 중용의 '치우치지 않는 적절함'과 '명중'의 지혜를 보여주는 탁월한 예시가 된다. 다윗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부드러움'과 '지혜', 그리고 '중용'을 통해 '강함'에 대항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승리하였다. 이는 물리적인 힘의 우위가 항상 승리를 보장하지 않으며, 진정한 힘은 유연함과 지혜, 그리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순응하고 모든 면에서 균형을 이루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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