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의 '자기 자신' 찾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이야기에는 세 명의 형제나 자매가 등장하며, 그중 셋째가 유독 특별한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김진사댁 셋째 딸’처럼 재치 있고 현명하거나, 서양의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처럼 가장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하는 인물이 셋째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인간 심리의 깊은 층위에 자리한 원형적 의미를 반영하는 것일까?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볼 때, 셋째는 곧 ‘자기 자신(Self)’을 상징한다. 이때 첫째와 둘째는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 즉 부모를 상징하며, 셋째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인간의 내면적 여정을 나타낸다.
이야기 속 셋째가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흔히 '삼의 법칙(Rule of Three)'이라는 서사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째와 둘째가 반복적인 실수나 예측 가능한 실패를 겪는 반면, 셋째는 기존의 관습을 깨고 새로운 방식이나 독창적인 지혜를 발휘해 성공을 이끈다. 이들은 종종 형제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어리석게 여겨지지만, 결국에는 숨겨진 잠재력, 순수한 마음, 또는 끈기 있는 노력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영웅이 된다. 이는 독자나 청자에게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통쾌함과 함께,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면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이러한 삼의 법칙은 선거 때마다 거대 양대 정당을 대체할 제3지대론을 내세우는 소수 정당들의 주장이 그럴싸하게 들리는 심리와 연결된다고 본다. 유권자들이 기존 양당에 대한 반복적인 실망감을 경험할 때, '제3지대'는 이야기 속 '셋째'처럼 새로운 해결책과 성공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이는 약하지만 잠재력 있는 세력이 기존의 답답한 구도를 깨고 승리하는 서사에 대한 대중의 무의식적인 갈망을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출생 순서가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오랫동안 심리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였다. 특히 셋째 혹은 막내 자녀는 이미 형성된 가족 구조 속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독특한 심리적 과정을 겪는다. 첫째는 부모의 기대를 받으며 책임감을 내면화하고, 둘째는 첫째와의 차별화 혹은 경쟁을 통해 자아를 정립한다. 반면 셋째는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사회적이고 매력적이며 유머러스한 성향을 보일 수 있다. 또한, 기존의 규칙이나 권위에 덜 얽매여 보다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발전시키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험은 셋째가 복잡한 인간관계를 유연하게 탐색하고,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셋째가 ‘자기 자신’을 상징한다는 해석은 상징적 차원에서 큰 설득력을 지닌다. 셋째는 형제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외부의 기대가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 존재다. 이는 개인이 사회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과 깊이 맞닿아 있다. 셋째는 종종 기존의 틀이나 시선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자신의 본질적 욕구와 잠재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실현할 기회를 얻는다. 그들의 성공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속 셋째가 특별한 존재로 부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간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자리한 ‘자기 실현’과 ‘정체성 탐색’이라는 원형적 서사의 반영이다. 셋째가 겪는 심리적 성장 과정은 외부의 규범을 넘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조화를 이루려는 인간 보편의 염원을 대변한다. 동화 속 셋째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내면에 간직한 ‘진정한 자기 자신’을 향한 상징적 여정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