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너머의 즐거움
내 아내가 배드민턴을 할 때 무슨 생각으로 임하는지 물었다. 승부의 세계이니만큼 상대방을 이기고자 이를 악물고 하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나와 함께 운동을 해주는 상대방 팀과 나의 파트너에게 고마워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줌으로써 함께 즐기는 운동을 하려 한다고 말해 주었다. 마치 댄스처럼 말이다.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우리는 단순히 점수를 얻기 위해 라켓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뇌는 움직이기 위해 생겨났고,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는 심지어 움직이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라고까지 하였다. '지덕체'가 아닌 '체덕지'라는 말이 있듯이,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단순한 신체 단련을 넘어 정신과 지혜를 아우르는 중요한 과정이다. 체(體)는 건강한 신체 활동을 통해 얻는 강인한 정신력과 끈기를 의미하며, 이는 덕(德)으로 이어져 타인과의 협력과 배려를 배우게 한다. 또한, 경기의 흐름을 읽고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智)가 발달하며, 이는 코트 밖 삶의 지혜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드민턴 코트는 네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작은 무대와 같다. 나 혼자만의 실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며 셔틀콕을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협주곡이자 춤과 같다.
만약 내가 쉽게 무너지고 실수가 많고 맥없이 경기를 한다면, 나의 파트너는 물론이요 상대방 팀도 맥이 빠지게 마련이다. 경기의 재미는 반감되고, 함께하는 즐거움은 사라진다. 마치 댄스 파트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춤의 리듬이 깨지는 것과 같다. 좋은 댄스가 되려면 서로의 동작을 읽고, 다음 스텝을 예상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배드민턴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하고, 파트너에게 유리한 기회를 만들어주며, 때로는 과감한 공격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 이 모든 과정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진정한 경기가 완성된다.
물론 승리는 중요하다. 승리했을 때의 짜릿함과 성취감은 운동을 지속하게 하는 큰 동기가 된다. 하지만 그 승리가 오직 나만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기쁨은 온전할 수 없다. 진정한 승리는 함께 땀 흘린 모두가 '오늘 정말 즐거웠다'고 느낄 때 찾아온다. 상대방의 멋진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 파트너의 실수를 격려하며, 나 역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내가 배드민턴을 대하는 태도이자, 삶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나는 승리를 넘어선 즐거움을 추구한다. 그것은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감사에서 시작되며,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 더 나은 경기력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마치 댄스처럼, 배드민턴은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움직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