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변호사 사무실에는 그 권위를 증명하기 위한 로스쿨 졸업장과 뉴욕 변호사 시험 합격증 등이 전시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이에 덧붙여서 가족사진이나 상패 등을 전시해 두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이란 것이 비록 개인적인 업무 공간이지만, 동시에 의뢰인을 접견하는 미팅 장소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책상 위를 항상 깨끗하게 해 놓고, 벽에는 상패를 걸어 놓습니다.
제가 속한 로펌에는 Davin Goldman과 Andrea Filpi라는 유능한 파트너 변호사가 있는데, 두 변호사의 사무실에는 무엇보다 선반 위에 잔뜩 놓여있는 귀여운 인형과 미니어처들이 눈에 띕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것이 재미있어는 보이지만 프로페셔널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많이 궁금했습니다. 이 두 변호사는 왜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을 선반 위에 두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 한 심리학 논문에서 이 두 변호사가 귀여운 인형과 미니어처들을 사무실에 비치해 두는지 그 이유를 짐작케 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The Power of Kawaii: Viewing cute images promotes a careful behavior and narrows attentional focus”란 논문이었는데요. “귀여운 이미지를 보면 집중력이 상승된다.”는 것이 이 논문의 요지입니다. 여기서 Kawaii란 일본어로서 “아주 귀엽다”는 의미인데, 패션, 애니메이션,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걸쳐 일본 문화를 지배하는 아기자기한 측면을 강조한 신조어입니다.
논문의 저자는 자신들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두 번의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운동 제어 능력을 측정하는데, 한 그룹은 귀여운 아기 동물 사진을 본 후 수행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어른 동물 사진을 보게 한 후 수행하게 한 것이지요. 우리가 집중력이 높을 때 운동 제어 능력이 좋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두 집단 간에는 운동 제어 능력에 있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점수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귀여운 아기 동물 사진을 보고 난 후 수행한 작업이 어른 동물 사진을 보고 난 후 수행한 작업보다 더 정확했다는 얘기입니다.
혹시 아기 동물 사진이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서, 작업 수행이 정확 해졌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논문의 저자는 또 다른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그래서 맛있는 음식 사진을 보고 난 후 운동 제어 능력을 측정해 보았는데, 그 결과는 어른 동물의 사진을 보고 난 후 측정한 점수와 별 차이가 없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논문의 결론은 귀여운 아기 동물 사진은 사람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해서 집중력이 높아지게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람들의 집중력을 좋아지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경험상으로도 귀여운 아기 동물 사진을 보면 보호 본능 같은 것이 작용되지 않나요? 이 동물을 천적으로부터 지켜주고 싶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게 마련인데, 이 귀여운 동물들을 지키려면 우리는 당연히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고, 집중력이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의 프로야구를 보면, 경기 전 귀여운 마스코트들이 출연하여 각종 재롱을 부리곤 합니다. 마스코트라서 프로 구단을 홍보하는 효과로 생각되겠습니다만, 사실 이 마스코트들은 선수들에게도 경기에 몰입하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사무실 혹은 집무실에는 어떤 물건들이 놓여 있나요? 만약 일에 좀 더 집중하고 싶으시다면 오늘부터라도 귀여운 동물 인형, 미니어처, 아기 사진 등을 전시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주의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여러분의 주의를 환기하여, 좀 더 일에 집중하는데 분명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