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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 산재변호사 Nov 28. 2021

마동석과 아기 상어

항상성의 원리, 재판에서 활용하기

제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인 마동석은  거대한 체구와 복싱으로 훈련된 건장한 근육질 남성입니다. 그는 ‘비스티 보이즈’(2008), ‘이웃사람’(2012)에서는 사채업자 역을, 드라마 ‘히트’(2007)와 영화 ‘악의 연대기’(2015), ‘범죄도시’(2017)에서는 형사 역을 소화하였습니다. 그 체구와 위력적인 이미지에 걸맞은 역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팬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생뚱맞게도  ‘마블리(마동석+러블리)’ 혹은 ‘마요미(마동석+귀요미)’입니다. 그의 거친 이미지와 달리 귀엽고 유머러스한 반전 매력을 이런 애칭을 붙여 표현한 것이지요. 그가 카메오로 출연한 영화 ‘베테랑’에서 마동석은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동네 난리 쳐놓고 어딜 가” 이 한마디 대사로 주인공만큼 사랑받고, 뷰티 브랜드 ‘에뛰드하우스’ 광고모델로까지 발탁되었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블 영화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 역으로 나오며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마동석만큼, 아니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놈이지만 귀여움의 대명사로 우뚝 서며 역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아기 상어’인데요. “바닷속 뚜 루루 뚜루 아기 상어”의 출현 전, 저에게 상어란 영화 ‘죠스’에서 보았던 포악한 괴수의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아기 상어’ 이후로 상어의 그 괴수 이미지도 귀여움으로 완전히 바뀌고 말았지요.


마동석과 상어는 우리에게 공격성, 폭력성, 거친 느낌을 주는 이미지를 줌과 동시에 귀여운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음으로 인해 긍정적 감정(귀여움)과 부정적 감정(폭력성)이 공존하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두려움의 대상을 귀엽게 만들면 호감도가 올라가는 심리가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두고 호메오스타시스 (homeostasis)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우리말로 ‘항상성’이라고 번역하는데,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지점, 즉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하며, 우리 인간의 마음은 이런 평형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기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호메오스타시스의 원리를 알상에서 가장 쉽게 보는 예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우리 선수들이 태극기가 올라가며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경기장에서 기쁨의 미소보다는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입니다. 복받쳐 올라오는 기쁨을 주체할 길이 없어 그에 반대되는 행동 (눈물)으로서 마음의 균형을 맞추려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연속 삼진을 당한 타자가 타석에서 물러나며 슬픔의 표정을 짓기는커녕 허탈한 웃음을 보여 팬들의 비난을 받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는데, 이것 역시 좌절의 감정을 그에 반대되는 행동 (웃음)으로서 마음의 균형을 맞추려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 오히려 부정적인 표현을 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 오히려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인간의 심리, 복잡해 보이지만 평형상태를 맞추려는 심리기제로 이해하면 모두 이해가 가는 모습들입니다.


히어링에서 청구인을 법률 대리해야 하는 저에게는 마동석과 상어와 같은 공포감을 주는 판사와 상대측 변호사가 있습니다. 공포라기보다는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껄끄러움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네요. 그런 판사와 변호사는 목소리 자체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얼굴도 어쩜 그리 얄밉게들 생기셨는지.. 하지만, 청구인을 훌륭하게 법률 대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마음의 부작용을 이겨내야 합니다. 미국의 사상가 Ralph Waldo Emerson이 얘기했듯, 우리는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해야, 두려움이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려움에 맞선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것은 제게 불편함을 주는 판사의 상대측 변호사를 '귀요미' 캐릭터로 바꾸는 일입니다. 이것을 도와주는 게 온라인 히어링인데요. 온라인 상에서 보이는 그 판사와 변호사는 실제 크기의 1/100 정도의 축소판입니다. 이에 더하여 그들의 따가운 목소리를 마음속에서 음성 변조하여 볼 수도 있습니다. 뒤이어, ‘감사’의 감정을 덫입힙니다. 그 판사가 없었다면 이 히어링이 진행될 수가 없었고, 그 상대 변호사가 오늘 히어링에 출석하지 않았더라면 히어링 자체가 진행될 수 없었으며, 그 피해는 온전히 제 의뢰인의 몫이었을 테니까요. 100%는 아닙니다만, 이런 이미지와 음성 변조, 감정 변환이 뜻밖에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마주치기도 싫었던 판사와 상대 변호사를 귀요미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더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좀 더 따뜻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의뢰인의 목표를 성취해내기 위해 마련한 자구책이었지만, 일상에서의 작은 성취가 되어, 결국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심리 전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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