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친 원숭이 실험
두 명의 의뢰인이 보험회사가 제안한 합리적인 합의안을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불공정’하다는 것. 겉으로 보면 비이성적인 판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법적 기준이나 전략적 이익보다도, 자신만의 내면적 공정성 기준을 앞세우고 있다.
이들이 제안을 거부한 논리는 명확하다. “주변 친구들은 더 많이 받았는데 왜 나는 이것뿐인가?”, “내 고통은 더 크다.” 다시 말해, 이들에게 있어 공정성은 타인의 결과와의 상대적 비교이며, 그 비교 기준은 자신이 느낀 고통의 정도이다.
이런 심리는 심리학적으로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개인은 절대적인 결과보다도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만족 혹은 불만족을 결정한다. 또한, 인지적 왜곡(cognitive distortion) 중 하나인 **‘정서적 추론(emotional reasoning)’**도 작동한다. “나는 억울하게 느낀다 → 따라서 이 제안은 불공정하다”는 식의 정서가 판단을 지배하는 것이다.
설득은 쉽지 않다. 몇 차례 설명했다. 각 사건은 고유하고, 산재보상 제도는 고통이나 정신적 피해를 보상 항목으로 고려하지 않으며, 친구의 사례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이들은 법의 언어가 아닌 감정의 언어로 듣고 반응한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나는 실험이 있다. 카푸친 원숭이 실험이다. 원숭이에게 오이를 보상으로 줄 때는 잘 받아먹지만, 옆의 다른 원숭이가 포도를 받는 모습을 본 순간 오이를 내던진다.
받은 보상의 절대적 가치보다, 상대적 차별에 대한 분노가 행동을 이끈다. 지금 의뢰인들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안의 법적 타당성이나 합리성이 문제가 아니라, 남보다 덜 받는다는 감정적 지각이 결정을 방해하고 있다.
해결은 ‘정보 전달’만으로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서적 수용의 공간과 객관적 비교의 틀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심리적 공감 우선
단순한 논리 설득보다 먼저, 이들의 억울함과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수 있다”, “당신이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한다”는 태도는 방어기제를 낮춘다.
구체적 비교 자료 제시
친구의 사례가 아닌, 유사한 진단, 연령, 직업, 소득 수준, 치료 범위를 갖춘 객관적 통계 및 판례 자료를 제시해 상대적 위치를 인식시킨다.
장기적 관점 유도
소송 지연 시 발생 가능한 시간적 비용, 불확실성, 심리적 스트레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익의 크기보다, 불확실성의 크기가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결정의 ‘통제감’ 회복
의뢰인이 수동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선택지를 함께 논의하고 “이 결정은 당신이 내리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통제감을 회복하면, 감정적 저항은 감소한다.
공정성은 단지 제도적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세계관과 감정 구조가 반영된 깊은 심리의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법은 법과 감정 사이의 다리를 놓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다리는 논리만으로 놓이지 않는다. 이해와 공감,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현실적 제시가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건널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