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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Nov 14. 2022

내장산의 하루

스님의 노랫소리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내장산을 갔다.

  갈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도착하고 보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막바지의 단풍은 비에 젖어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비누거품이 피오 오르듯 색들도 허공을 향해 피어오르는 듯했다.

  나는 오랜만에 내장산에 왔기에 최대한 자연을 만끽하며 가기로 작정했다. 구경하면서 걸어서인지 걸어서 40분이면 가는 걸이를 1시간이나 걸렸다.

  걸어가는 동안 빨간 단풍나무가 양쪽으로 줄이어 나를 반기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 까지도 어느새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1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어느새 내장사 절에 거의 도착했다.

  사람들이 모여 있고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가까이 가보니 은행 나뭇잎이 떨어져 노란 양탄자가 되었고 그 위에서 스님이 털모자를 쓰고 허스키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목청으로 노래를 하고 있었다.

상상으로도 든 자연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였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내가 고등학교 때 들었던 팝송이었다.

원 서머 나잇. 딜라일라. 필링. 서머 와인 중저음의 목소리는 어느 가수의 음성 보다도 감미로웠고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눈도 멀고 귀도 멀고 오직 노랫소리만 촉촉이 젖은 가슴에 쌓여갔다.

  노란 은행잎이 양탄자처럼 깔려있고, 조용히 내리는 빗속에 부르는 노래는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한 무대 같았다.

  가슴 깊이 적셔오는 음률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였고 노래도 따라 불렀다.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무대에서 스님은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에 맞추어 율동하는 나는 어느새 가을의 여인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30분이 지나 일행이 지금 내려가지 않으면 차를 놓친다는 소리를 연거푸 했지만, 나는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내 몸이 노래 속으로 려 들어가고 있을 때 기사님 한 데서  재촉 전화가 왔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는데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며~

  " 아! 미치겠다. 몸이 녹아 버리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이 노래만 듣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내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무작정 스님을 따라가서

그 곁에서 스님이라도 되고 싶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스님이 왜 저토록 노래를 잘하지 의문도 생겼다. 

  그 의문을 뒤로하고 한동안 내 머릿속은 그 스님의 노랫소리로 가득 차 입속에서 흥얼거렸으며 그 아름답던 풍광은 내 마음을 은행잎만큼이나 노랗게 물들여 버렸다.

  어느 여행보다도 좋았던 내장산의 하루는 나의 추억 속에 가장 진하게 채색되어 내 가슴속에 또 하나의 그림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평생 잊지 못할 중저음의 스님과 함께~~~


스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인물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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