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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15. 2022

요구사항

어쩌다 사장

  



  10개월 전에 어쩌다 인 아이스크림 사장이 되었다고 브런치올린 적이 있다. 무인가게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무인가게는  이틀에 한 번씩 청소와 소독을 해야 하고 10일을 주기로 빠진 과자를 시키고 진열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주로 하는 시간은 아침시간이다. 고객이 없는 시간이라서 일하기에 좋고, 또 한편으론 무인이라는 점에서 고객과의 무언의 약속이랄까? 하지만  모든 것이 집에서 쉬엄쉬엄 놀던 나로서는 버거웠다.

  가게가 집에서 차로 30분 은 가야 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교통  체증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사흘이 멀다 하고 전화가 온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없다는 등, 카드를 놓고 갔는데  어떡하냐는 등, 두고 간 카드를 누가 썼다는 등,

  모두의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고 나로서는  해  줄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아이스크림은 연락하면 재고가 없어 다음에 넣어 준다고 하고. 놓고 간 카드는 약속을 잡고 내어주지만, 누가 사용한 카드는 CCTV를 돌려 봐도 식별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고객은 누가 썼는지 찾아 주기를 원한다.

  이렇게 전화가 오면 몇 분 아니 1시간도 넘게 CCTV를 봐야 하는 까닭에 너무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며칠 전에도 고객과 함께 카드를 쓴 시간대에 맞추어 1시간 가까이 CCTV를 보았지만,  카드까지 식별되지는 않았다.

  서로가 멋쩍은 얼굴로 헤어졌지만, 딱히 어떻게 해줄 수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경찰에 의뢰를 하면  알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경찰에게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메모 칠판에

  " 카드 꼭 챙겨가세요."

  메모를  남기고 덧붙여

  " 카드를 다른 사람이 썼을 경우 바로 카드사로 전화하세요."

  문구를 남겼지만, 아직도 남의 카드에 손을 대는 사람의

양심은 어떤 사람일까  의문이 든다.

  어려서부터 절도는 가장  나쁜 짓이라고 모두가 수없이

배웠을 터인데 도덕적인 관점을 어디에 두어 이런 짓을 하는지  답답함이 밀려왔다.

  이런 날이면 당혹함과 씁쓸함이 겹칠 되어 내가 내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몇몇의 무분별한 사람들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과 고통이 수반된다.  바렘이 있다면 모두가 성숙한 시민의식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모두가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좋은 생각은 좋은 일만 있기 마련이니까 나는 오늘도 좋은 생각으로 내 좋지 않은 머리를 꽉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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