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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Mar 04. 2022

목석같은 친구

시계 보고 반지 보고

  



    나에게는 목석같은 친구가 있었다.

  말이 없고  재미없어서 남편이 어준 예명이 돌하르방이었다.

  이러던 친구가 남편이 정년  퇴임을 하고 남편과 함께 이집트 여행을 가게 되었다.

  말이 없던 친구는  나를 찾아와 이번 여행은 부부동반이고.

장기자랑도 있고  ㅠㅠ  안 갈 수도 없고. 어떡하면 좋을지

걱정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에게 배우러 왔단다.  나는 누구에게 춤을 배운 적도 없고. 노래도 그다지 못한다. 친구가 워낙 못하니까 상대적으로 가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친구가 나를 스승으로  알고 용기를 내서 배워 보겠다고 왔으니 무언가는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친구의 노래실력은 내가 익히 알고 있어 노래는 힘들 것 같고, 모두가 할 수 있는 춤을 알려주었다.

  친구에게 한 손은 시계를 차고 한 손은 반지를 찼으니

자 지금부터

  " 시계 보고 반지 보고,  시계 보고 반지 보고."

  양팔을  번갈아가며 가슴 쪽으로 당겨 보라고 했다.

  그렇게 여러 번을 하고 나서  비 내리는 호남선의 노래를 하면 딱딱 맞아떨어진다.

그러자 신이 난 친구는 한 번씩 하늘을 향해 콕콕 찌르는 흉내를 내면서 4분의 2박자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름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한 시간을 연습한 결과 박자도 맞고 몸치에서 벗어나 봐 줄만 했다.

나는 여기까지 알려주었으니 됐다. 생각하고 친구의 집을 빠져나왔다.

친구는 그 뒤로도 시간만 나면 연습을 하고 나에게 전화를

해서 자기가 뒤늦게  발견했는데 춤이 체질이라며 왜 진즉 춤출 생각을 안 했는지 아쉬움이 많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소가 터져 나왔지만, 참았다.

칠을 연습하고  친구는 남편과 함께  이집트 여행길에 올랐다.

  이집 모래사장에서 부부동반 장기자랑이 있었는데, 남편과  께 박자에 맞추어 똑같이 시계 보고 반지 보고하면서 춤을 춰서 일등을 했단다. 상금은 30만 원. 자기 생전에 처음으로 1등도 해보고, 상금도 받아보고. 너무 좋아 그날 밤은  잠도 오지 않았단다.

  모든 게 내 덕분이라며 상금으로 너 밥 사 줄려고   상금 받은 돈은 쓰지 안 했다며 흥분 섞인  목소리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전화로 알려준다.

  누가 들으면 마치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이라도 따온 것처럼

상기된  목소리.

  날마다  일과 살림밖에 모르던 친구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가는  해외여행  아마 그게 금메달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 푹 쉬어라. 내가 그렇게 해서 얻어먹은 게 많아 살이 쪘는데 더 먹으면 안  되지."

  파랗고 맑은 하늘이 오늘은 더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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