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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남기고 떠난 사람

혼자가 아닌 둘

by 송영희



남편 고등학교 동창 모임으로 십 년은 넘게 만난 듯싶다. 남편 친구들의 모임에 늘 부인은 들러리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계산 없이 만나는 순수함이 좋았다. 친구들 중에서는 죽마고우도 있어서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 노는 듯

모두가 상기된 마음으로 들뜨곤 했다.


몇 해를 만나면서 여행도 가고 잠자리도 같이하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깊숙이 알아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부부가 모임에 참석을 하지 못했다.

이유인즉 대장암 발견으로 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부부는 우리 모임에서 가장 잉꼬부부로 소문이 나서 안타까움은 더 했다.


늘 시간만 나면은 둘만이 시간을 보내며 우리나라의 명소란 명소를 다 다니면서 연인처럼 살아가고 있어서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 너무 사이가 좋으면 하느님이 시샘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건만,

60도 되지 않은 나이에 직장암 말기라는 소식은 내 가슴을 세찬 빗줄기가 후려 치는 듯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나이가 많지 않고 의술이 좋으니 빨리

완쾌되기만을 간절히 기도드렸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나고 카톡으로 전해 준 부고 소식에 한 얻어맞은 것처럼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될 무렵 그녀의 소식이 궁금해 전화했다.

" 통영에 와 있어요."

" 혼자서."

남편과 늘 같이 하던 여행을 남편이 죽고 나서 왜 혼자서 그 먼 데까지 갔을까? 생각에 잠기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 통영에 가고 싶었으면 연락을 하지."

"그러면 같이 갈 수 있었을 텐데."

말 하자

" 아니에요. 혼자라야 해요."

" 왜."

나는 다그치듯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 이젠 그이와 같이 갔던 곳을 한 달에 한 번씩 가려고요."

그때서야 살아서 같이 추억하던 곳을 한 달에 한 번씩 간다는 말에 코끝이 찡해왔다.


이젠 그녀는 남편과 살아생전에 갔던 여행지를 추억하며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여행할 거로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속에는 혼자가 아닌 둘이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죽었어도 죽지 않은 삶을 그녀는 살고 있었다.

남편이 마당에 심은 목련꽃 봉오리가 망울망울 맺혀있다.

목련꽃이 활짝 필 때마다 그녀는 지켜볼 것이다.

그것이 환하게 웃는 남편의 웃음이니까!


(작년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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