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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부고 소리

by 송영희

명찰 하나 달고 그 자리에 서면

새벽을 몰고 그녀의 고백이 시작된다


환자들은

간헐적으로 채워지는 호흡을 가두고

가슴에 긁힌 상처를 말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녹여지는 그녀의 심장

살아있는 시간과

죽어 있는 시간을 점검한다


어둠이 실핏줄처럼 퍼지면

죽음을 목전에 두고

병실 안과

병실 밖의 소원은 다르다.


절제된 내면에 순응하며

자연스러운 동반자가 되어

언제부턴가

그녀의 가슴속에 늙은이가 자라고 있다.


힘은 없으나 눈동자는 투명해

어제를 등지면 내 등이 보이는 오늘

벽면에 죽음을 나열해 놓고 지우개로 지운다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부고 소리

햇볕에 내리쬐는 시트 위에

체념이란 단어를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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