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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짓다

투명인간들의 모임

by 송영희




강이지 이름을 지으려고

식구들이 모였다

강아지는 무대 위에 올려지고

우리는 관객이 되어 뚫어지게 쳐다봤다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눈빛에

가슴이 흔들리고 있었다



잠깐의 적막을 깨고

딸아이가 감자라고 먼저 말했다

나는 품종이 찰스 스파니얼이니

찰스라 말했고

남편은 까맣고 복스럽다고 깜복이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아들이 감자는 좀 그렇고

찰스는 느끼하고

깜복이가 좋은 것 같아요

두 표에 깜복이의 명찰을 달고

마음을 포개니 온기가 몸을 타고 흐른다



모두 다 밥만 먹으면 사라지는

투명인간들이 몇 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입김을 나누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가

그들을 인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물기 먹은 대화가 방안을 메우고

우리 가족은 네 명에서 다섯 명이 되었다

처음으로 배 아프지 않고 낳은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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