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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리야 사막

사막의 울음

by 송영희



한국에서 이만리가 넘는 곳

이집트 카이로

이곳에서 세 번의 차를 갈아타고 간 곳은

바하리야 사막

세 개의 사막이 한 몸뚱이였다



화산 폭발로 인한 흑사막

크리스털 암석들로 이루어진 크리스털 사막

바다가 육지로 변한 백사막

흑사막은 검은 모래 위로 검은 산이 외로운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었고

크리스털 사막은 햇빛에 투영된 크리스털 암석이

보석처럼 빛을 발하며 사막을 데우고 있었다

백사막은 바다가 육지가 되고

바닷속 바위들이 풍화로 인해

기이한 조형물들이 되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시간이 멈춰버린 곳

해독하지 못한 사막의 모래가 나를 붙잡고

돌고 돌아 6시간의 긴 행로는

발에 물집을 남기고

오늘을 저당 잡힌 하루가 어둠 속에 묻힌다

별빛의 덫에 걸려 사막여우가 울부짖는 밤

사막 위에서 잠이든 나는

수억 년의 역사를 베고 미라처럼 잠이 들었다

고단한 하루가 모래 위에 흘러내린다

흑사막

크리스탈 사막

백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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