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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pr 25. 2023

그냥

그리움



혼자 사는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로

그냥

생.각.이.나.서

흐릿한 목소리에 억만 겹의 그리움이 묻어있다


꽃피는 봄날에 공허함을 들켜버린 언니

남편을 앞세우고 혼자 산   십 년

자궁암 유방암 임파선암을

주렁주렁 매달고 투병한 지 십오 년

아들에게 마저 파양 당한 언니는

슬픈 저녁을 책갈피에 끼우고

먼지처럼 늙어간다


한 줌의 고요가 꽃벽지에 걸려있고

뿌리 없는 고통이 숨결처럼 차오르면

"그냥 "이라는 말 한마디

보고 싶다는 말보다는

더 보고 싶은 말

방안 구석구석 눌어붙은 기다림이

수북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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