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Mar 05. 2023

나의 남편은 대머리

죄와 벌


나는 제임스 본드를 좋아하고

조지크루니를  좋아하고

해리슨 포드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

늘 엄마에게 하는 말 나는 키 작고 못 생겨서

남자는 잘 생긴 남자하고 결혼할 거야

말이 씨가 되었나  이 세명의 외국 배우와

분위기가 묻어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모를 벗으면

약간 곱슬한 더벅머리와 구레나룻이

그의 남성미를 끌어올렸다.

젊은 사람이 구레나룻은 왜 길러하고

엄마가 싫은 소리를 하면은

언니는 잘 생겨서 구레나룻도 멋져 보여

내  편이 되어 주었다.

하기야 연애 시절에는 뭔들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겠야만은 회사에서도

의 별명은 동양의 제임스 본드였다.

그런 그와 만남은 누구의 소개도 아닌

길거리 만남이었다.

내가 부족해서인지 몇 명의 소개팅이

다 무산되고 바람이 시린 구석을

더욱 시리게 하고 있을 때

길을 물어오는 그 남자 잠시지만

황홀하게  끌렸다.

하지만 길 안내는 짧았다.

뒤돌아서 가는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책 한 권을 사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는데 건널목에서 또다시 를 만났다.

목적지를 아직도 못 찾은 것인지

여기서는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는다.

그를 쳐다보느라 건성으로 길을  

알려  화근이었다.

목적지가 이 부근이니 저랑 가시지요

목적지에 다다르자 백화점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내일 생신인 아버지 신발을 사야 된다는

말에 내가 맞추어 신는 신발가게를

소개해주고 집으로 왔다.

아무것도 연결의 끈을 만들지 못한 나는

못내 아쉬워하며

지워지지 않는 그를 지워야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무것도 알려 준 게 없는데 이상했다.

신발가게 사장님에게 찾아가서 나에게

돈 줄게 있다면서 사정사정해서

이름과 회사를 알았으니 전화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그 뒤로 지남철처럼 빨려드는 우리는

결혼을 했고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그이의 머리에 이상이 생긴 것은

40이 조금 넘은 후였다.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50 이 넘어서는 고속도로가 났다.

약처방과 바르는 약물을 수없이 

병행해도 결과는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남편의 이상형

다 사라  지금은 누가 묻기도 전에

대머리 하고 살아요.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결혼 전 소개팅에서 머리가 벗어진

사람이 나왔는데

" 저는 아버님이 나오신 줄 알았네요."

이렇게 심한 말을 한 적이 있어서

죄를 받는 듯싶다.

대머리가 너무 싫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가슴에  못을 박았으니

남편도 대머리 되어 당해봐라.

그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 숫 많던 더벅머리 사내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복덕방에서

 장기 두는 어르신 하고

 사는 기분 당신은 아실는지요.

이 글을 못 본다 해도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늦게서야 대머리도 사랑할 수 있다는

전하고 싶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