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도에는 월드컵축구로 며칠 전부터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빨간색 티를 입고 몇 명씩 맥주집과 운동장, 또는 광장에 마음을 합해 응원해야 한다며 모여들었다.
나와 남편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빨간색 티를 갖춰 입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 평소에 잡지도 않은 손을 잡아가면서 공원에 있는 커다란 텔레비전 앞에서 목이 터지라 응원을 해댔다. 국민의 응원 덕분인지 우리 선수는 연장전까지 가면서 4강 신화를 이루어 냈다.
공원에 나온 사람들의 열광과 함성은 그칠 줄 몰랐고 우리도 그 속에 끼어 새벽 3시까지 승리를 만끽했다. 여기저기서
''대한민국 ' 대한민국 ' 짠짠짠~ 짠 잔.''
함성은 새벽까지 그칠 줄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내지르는 함성은 세계의 지붕 위에 우뚝 선 대한민국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 후, 4강 신화를 이룬 것은 히딩크 감독 때문이라며, 감독을 무척 좋아하는 남편은 앉으나 서나 히딩크 감독 자랑에 침 마를 날이 없었다.
우리 민족을 하나로 만든 사람. 어려운 경기불황 속에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칭찬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나 역시 내 곁에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주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하는 남편에게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여보. 오늘 히딩크 감독님과 점심 먹기로 했어. 돈 좀 줘 봐.''
남편은 웃으면서
''내 안부도 전해줘.''
하더니, 지갑에서 탁탁 돈을 세더니 5만 원을 건네준다.
''여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히딩크 감독님하고 밥을 먹는데 5만 원 가지고 어떻게 먹어.'' 남편은
''내가 히딩크 감독하고 자주 식사하는데 국밥을 가장 좋아해.''
그러니 그 돈이면 열 그릇은 사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자 남편은
''너무 많으면 그 돈 다시 줘.''
''아니야. 됐어, 됐어. 히딩크 감독님에게 당신이 국밥 값 줬다고 말할 게.'' 하고 보냈다.
모든 게 거짓이지만 남편의 유쾌한 웃음 속에 5만 원은 나의 지갑 속에 꼭꼭 감추며 속으로 말했다. 히딩크 감독님 고마워요. 이 돈 은 제가 잘 쓸게요. 오늘의 용돈은 감독님께서 주신 거예요.
'다음에도 종종 감독님 찾을게요. 언제나 건강하세요.'
후훗~~~
창가에 사선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오늘도 밝은 하루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