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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27. 2021

비 오는 카사지오

없는 동창생

  회사 창립기념일이 금요일인 탓에 삼 일째 쉰다.

  사흘 동안 먹고 자는 남편의 모습이 한심해 보였다.

  봄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마음은 심란했다. 까지 골며 자는 남편을 골탕 먹이고 싶었다.

  한껏 멋을 부린 나는 남편을 깨워 나갔다 온다고 말했다. 비도 오는데 어디를 가냐며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초등학교 동창생이 만나자고 전화 왔네.''

  ''당신은 자던 잠이나 더 자, 오랜만에 남자 동창생 만나니까 저녁 먹고 올 거야.''

  이 말을 던지고 밖으로 나오니 봄비와 함께 라일락 꽃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우산을 쓰고 걷는 나는

  ' 파리의 하늘 아래.' 영화가 생각났다.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양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이태리식 경양식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이곳에서 우아하게 차라도 마시고 가자 그래야 정신에 허기가 가시지 나를 다독이며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음악과 함께 마시는 차는 신선함까지 나에게 안겨준다.

  창가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 안개처럼 감싸주는 실내등.

크고 작은 꽃 화분의 재잘거림이 마치 소꿉친구처럼 정겹기 그지없다.

  얼아나 지났을까! 검은 모자 쓴 남자가 두리번거리며 곁으로  다가온다. 남편이었다. 내가 놓은 덫에 걸려든 것이다.

  '' 왜 혼자야, 벌써 갔어?''

  ''아니 간 게 아니고 오지 못했어. 접촉 사고가 났대, 내가  보고 싶어 빨리 오려다 그랬나 봐.''

  남편은 어이가 없는지 배가 고파 헛소리 한다며 밥이나 먹자고 했다. 같이 밥을 먹는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맛있고 즐겁고 통쾌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나가고 나서 남편은 잠이 오지 않았고 내가 갈만한 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고 했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없는 남자 동창생이 필요할 때도 있다.

  또 다른 내가 남편의 가슴속에 자리 잡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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