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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25. 2021

지혜로운 엄마

치킨집 사장

  어렸을 적 공부에 담을 쌓은 아이가 있었다.

  교를 다니기는 했지만, 왜 받아쓰기를 해야 하는지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지 잘 몰라서 부족한 아이로 낙인찍히더니 급기야는 중학생이 되어 유급까지 당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끝에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들어가야 할 교육비 전액을 저축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모인 돈은 아들이 군대를 마친 후, 작은 가게를 차릴 수 있는 돈이 되었다. 아이의 엄마는 1년을 치킨 집에서 경력을 쌓게 한 다음 치킨 집을 차려 주었다.

  아들이 어려서부터 유독 치킨을 좋아하고, 이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치킨집 사장이 된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공부는 못했으나 미각이 뛰어난 이는 자기 나름대로 연구하여 새로운 치킨 맛을 3개나 개발하여 고객으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2개의 체인을 더 갖고 있다.

  아들에 대한 믿음은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공부를 하지 않아 엄마에게 실컷 맞고 밖으로 쫓겨나면 어김없이 우리 집으로 와 허기진 배를 채우곤 했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왜 치킨 집 사장을 하는데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물으면

  ''치킨집 사장을 해도 공부는 해야 한단다.''

  이 말을 들은 뒤 그 아이가 유일하게 보는 것은 치킨집 광고지였다. 그리고는 용돈만 생기면 종류별로 먹는 것이 그 아이의 유일한 낙이었다.

  학교 공부는 안 하고 먹는 것에만 신경 쓰는 아들을 바라보며 가 나면 나를 찾아와 속상함을 털어놓으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적성을 찾아봐. 그럼 모든 게 잘 될 거야.''

  말은 했지만, 누구나가 그러하듯이 부모로서 아이의 공부의 끈을 놓아버린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이 아이의 엄마에게 가장 지혜로운 엄마라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또래의 아이들은 직장 잡느라고 고민하고 있는데 치킨집 사장이 되어  톡톡한 수입을 내고 있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오늘은 치킨집 사장 초대로 새로운 메뉴를 시식하러 가는 길이다. 새로운 메뉴가 나오면 어김없이 나를 초대한다.

기쁜 마음에 내 발걸음은 가볍고 불어오는 바람은 치킨 냄새만큼 달콤하다.

  어둠  속에 하나씩 켜지는 네온등은 아이 엄마를 위한 박수 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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