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같은 빛이 나에게 향했다
숙제를 안 해온 아이는 다섯 대
숙제를 한 나는 열대
매를 맞을 때마다 나는
장난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가슴속에 웅크린 슬픔이 얼굴에 붙어
입술까지 일그러졌다
참고서 한 권만 있으면
열대의 매를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매는 손바닥에 미역 줄기 같은 무늬를 남기고
움켜준 손은 책 한 권 살 수없는 설움을 삼켰다
뜨겁다 ㅡ안 뜨겁다
슬프다 ㅡ 안 슬프다
춥다 ㅡ 안 춥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개의 단어를 써 놓고
반대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상처가 필요했다
아이들 비웃음 뒤로 화상 입은 심장이 소용돌이치고
잿빛 하늘보다 더 깊은 그늘이 내려앉은 나에게
어머니는 신문지로 둘둘 싼 뭉치 하나 안겨 주었다
하루의 품삯으로 산 낡은 참고서
대낮보다 더 밝은 저녁이 내 얼굴에 달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