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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세시 칼리 Feb 18. 2024

드디어 오후 세시, 앙버터 공부방

논술 공부방 오픈

몇 년 전  논술 공부방을 열었다.

초등, 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논술 공부방이다.

매주 한 권의 책을 학생들이 미리 읽어 오면 수업 시간에 책 내용을 파악하고, 초점에 맞는 글쓰기까지 하고 마무리한다.

책을 읽고 수업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이제야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물론 좋은 추억도, 보람도 있었지만 스트레스도 많았다.

늘 시간에 쫓기는 생활에 지쳤었다.


로펌을 퇴사하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며 1년 6개월간 계약직으로 공공의료 기관에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약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를 케어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독서지도사, 논술지도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공부방은 과목과 상관없이 반드시 주거지에서 운영해야 한다.

교습소나 학원처럼 상가에서 운영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정해 놓았다.

집에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출퇴근하는 피곤함에서 해방될 수 있다니!

중간중간 수업이 없을 땐 아이를 챙길 수 있다는 것도 공부방 운영 장점 중 하나다.




논술 공부방은 개인적으로 개인 브랜드로 열 수도 있지만, 나는 유명 논술 업체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논술 공부방을 열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떤 교재로, 어떤 책으로 할지 교재 선정에 서툴 수밖에 없으니 오랜 기간 논술 업계에서 인정받아 온 업체를 택했다.


다른 논술 업체는 교사가 되기 위해 어떤 자격 요건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한 업체는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었다.

특별히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꽤 오랜 시간 교육을 받아야 했다.

6개월에 걸친 교육을 받고, 그 과정 중에 4편의

과제물을 제출해야 했다. 과제물도 일정 점수 이상 되어야 하고, 평균 점수 미달이면 다시 제출해야 했다.

시험은  객관식 필기시험과 논술 실기 시험이 있다. 최종 시험에 합격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공부방을 오픈할 수 있다.


객관식은 교재 내에서 외우고, 문제 풀고, 기출문제 풀이도 하면서 일반 자격증 시험공부처럼 하면 된다. 하지만 실기가 문제였다.

 실기 문제는 2문항이었는데 원고지에 작성해야 한다. 게다가 연필로 작성할 수 없고, 반드시 볼펜으로 작성해야 한다.

한번 작성했는데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되면 답안지 자체를 바꾸거나, 교정부호를 사용하여 수정해야 한다. 수정테이프나 수정액은 사용 불가다.

답안을 재작성 하려면 시간에 쫓겨 제대로 작성하기 힘들 거다.






나는 시험 전에 실기 시험을 보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원고지 작성할 때 일단 연필로 작성하고, 자유롭게 지우개로 지우며 수정을 한 후, 최종 제출 전에 연필 위에 볼펜으로 덧입혀 적은 뒤, 연필로 쓴 흔적은 지우개로 싹싹 지우기로.


연필로 쓰는 시간은 생각하는 시간과 쓰는 작업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지만 덧입히는 작업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덧입히는 시간까지 계산하고 작성을 해야 했다.


다행히 시험 시간에는 연필 작성과 볼펜으로 덧입히는 시간까지 무사히 시험 종료 시간까지 마칠 수 있었다.

필기시험과 실기 시험 점수는 예상할 수 없었다.

답안지, 문제지 모두 제출해야 했기에, 시험 답안을 맞춰 볼 수도 없고, 실기 시험은 더더욱 답안을 알 수 없다.

실기 시험은 전반적인 논제에 맞는 글인지, 띄어쓰기나 맞춤법, 교정부호 사용등이 채점된다.


합격자 발표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필기나 실기 한 영역에서 불합격되어, 다음 시험에서 그 영역만 따로 시험을 봤다는 후기들도 있었다.

실기보다 필기가 더 불안했다.


한 달 정도 후에 합격자 발표가 났다.

다행히 합격이었다.

꽤나 마음을 졸였었는데 합격이어서 어찌나 기쁘던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에 기대감도 컸지만, 두려움도 컸다.

시험은 끝났지만, 이제 시작점에 선 것이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처리하던 K직장인에서

뭐든지 내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고, 아이들도 잘 가르쳐야 하는 이 공부방을 내가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안 오면 어떻게 하지?

공부방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휴가는 갈 수 있나?

공부방은 퇴직금도 없잖아.


하나하나 모두 내가 부딪쳐 보며 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나는 이런 선생님이 되야겠다는 생각만은 정하고 시작했다.


1. 친절한 선생님이 되자.

2. 책을 좋아하는 선생님,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자.

3. 초심을 잃지 않는 선생님이 되자.


나의 <오후 세시, 앙버터 공부방>은 보통 평일 오후 3시에 수업을 시작한다.


이제 나의 일터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수업하며

일어난 일들과 공부방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일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오후 세시, 앙버터 공부방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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