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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세시 칼리 Jan 21. 2024

 '운'에 대하여

나는 과연 운이 좋은 사람인가

가끔 생각한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가, 운이 나쁜 사람인가에 대해.


S대 병원 면접을 보고 집에 와서 이번 면접 결과는 진짜 기대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느낌이란 게 있지 않은가.


우황청심원의 효능은 나타나긴 한 건가 싶게,

나는 너무 떨었다. 달달달.

긴장도가 우황청심원의 효능조차 능가하게 만들었나 보다. 몹시도 추웠고, 몹시도 떨렸다.


결과는 불! 합! 격!


예상했던 결과지만 막상 불합격이라는 합격자 발표 결과를 보니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떨어진 걸. 어쩔 수 없지.


아직 독수리 병원 근무 계약 기간이 몇 달 남아 있어 그동안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해 보며 지내기로 했다.

일단 두 번째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두 번째 실업급여는 3개월간 받을 수 있었다.


계약 기간 만료일은 바짝바짝 다가왔고, 감사하게도 함께 일하는 상사분들께서 마지막 날 예쁜 장갑과 책을 선물해 주셨다. 책 선물을 받고 생각했다.

책 선물을 주신 분과는 종종 점심시간에 점심 먹으며 책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걸 아시곤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선물로 주셨다.


철학책인데, 아직 나에겐 선택받지 못한 채 우리 집 책장에 꽂혀있다.

죄송합니다. 언젠가 꼭 읽긴 읽을 거예요...






책을 읽다가 생각했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 동네에는 작은 서점이 있었다.

<상록수 서점>. 아직도 그 서점 이름이 기억나는 것이 나조차도 놀랍다.

상록수 서점은 해당화 사진관 아래층인 1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진관 이름도 생각나네?


나는 엄마에게  주말이면 서점에 가자고 조르던 아이였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도 읽고, <댕기동자 가라사대>라는 책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 다닐 땐 학원 수업이 끝나면 학원 근처에 있는 2층짜리 서점에 들러 책 구경을 했다.

그땐 시집을 자주 읽었다. 서점에서 어떤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는데, 뜬금없이 윙크를 해서 얼굴을 붉혔던 기억도 난다.

수줍어하던 사춘기 소녀였던 나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책을 읽는 다독가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책을 가까이 두곤 했었다.

대학 면접 때 취미가 뭐냐는 교수님 질문에, 서점에서 책 읽기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래,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그 생각이 이어져 나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

독수리 병원에서 퇴사하고 독서지도사, 논술지도사 자격증 준비를 했다.

필기시험과 실기 시험이 있었다.

필기시험은 객관식이니 그럭저럭 할 만했는데, 실기 시험은 리포트를 3번 내야 했고, 실기 시험도 있었다. 원고지에 정해진 분량에 맞춰 써야 하는 시험이었다. 볼펜으로만 작성해야 해서 수정해야 할 게 생기면 교정 부호를 이용해야 했다. 그래서 더 부담감이 컸던 시험이었다.

실기에서 떨어진 사람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

그러면 실기만 따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내가 자격증을 따고 독서토론논술 공부방을 열었을 때, 대학 선배가

"너 대학 다닐 때도 책 읽는 거 좋아했잖아."라는 말을 해줬다.


내가 대학 때 책을 좋아했나? 대학 때는 오히려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선배가 해준 말을 들으니,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된 기분이 들어 새로웠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가, 운이 나쁜 사람인가에 대해.


늘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다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 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형편이 훨씬 좋지 않았다.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며 살았다.


대학도 한 번에 붙고, 취업도 어려움 없이 하고, 연애도 결혼도 알아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S대 병원에서 최종 불합격 되긴 했지만,

난 내가 원하는 일을,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전화위복.

화가 복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서 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운이 좋다고 생각해서 운이 좋았던 건지, 운이 좋아서 대부분 일들이 잘 풀렸던 건지 모르겠지만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일들이 다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 때가 많다.

다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일들이 다 별 탈 없이 잘 되어 왔다.


그래서 결국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고, 앞으로도 운이 좋을 사람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제2의 직업을 찾았다.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것이다.


몇년 전,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왜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건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책은 바로 이 책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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