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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싶은 아내, 안싸우고 싶은 남편

by 한량우주

1. 나는 우리집에서 남편(놈) 을 맡고 있다.

나는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애초에 행동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다툼과 경쟁을 매우 싫어하는 극도의 평화주의를 추구한다.


나는 세상에서 싸우는게 제일 싫은 남편이다.




2. 그녀는 우리집에서 아내 (대표님) 을 맡고 있다.

그녀는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는 스타일이다.

다툼과 경쟁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파이터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세상에서 회피하는게 제일 싫은 아내이다.





3. 그런 둘이서 (아마도 평생) 룸메이트가 되어 함께 살려다보니,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있어야 재중전되는 남편놈과

각자 할일을 하더라도 옆에 붙어있어야 재충전되는 아내님은

가치관은 비슷한 부분이 많았으나, 성격/기질적인 면에서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그러한 '서로의 다름'이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에 대다수의 남녀들이 만나서 연애하고 뽀뽀하고 키스하고 결혼까지 가는 거겠지? 그러고 나서 아주 웬수지간이 되어 지지고 볶고 싸우고 사는게 인지상정...


몇 일 전에도 기분좋게 외식(무려 신선한 고기세트!!)을 하러 가는 도중에 "이번달 목표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다가 강렬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7년이상을 지지고 볶은 덕분에 이제는 서로의 다름이 (아니, 다툼이) 금방 해소되고 합의점을 찾아가긴 하지만... 처음에는 아주 서로 힘들어 죽을뻔했다. (ㅋㅋㅋㅋ)


처음에는 사소하든 심각하든 싸움자체가 참 싫었는데...

이제는 '안싸우면 오히려 더욱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도 적극적으로 다툼에 참여하는 편이다.

(근데 생각만해도 진짜 귀찮고 힘들다... 싸우는데 에너지 쓰기 싫어... 힘드렁...ㅠㅠ)


결국, 아내와 안싸우기 위해선 '싸움을 해야' 한다.

안싸울려고 싸움을 회피하면 더 큰 싸움이 일어난다.


한 15~20분 정도 다투고 난뒤, 잠시 후 서로 화해의 악수를 하며 상황을 마무리 짓는다.

그러고 서로 낄낄 거리면서 고기를 아주 맛있게 구워 먹었다.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의 싸움은 '액땜'같은 거라서, 이번 달에는 이제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고!


사소하게 다투고 났으니, 한동안은 나와 그녀 사이엔 기분좋은 나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제발... 제발요...)




- '안 싸우기'를 선택하는 대신에 '잘 싸우기'를 선택하는 남편, 한량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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