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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행.수 Day 3
"아내의 특명,먹태깡" (2)

by 한량우주


다시금 매일 오후 2시까지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일상에 충실하며 하루를 잘 보내다가 문득 ‘먹태깡의 맛이 궁금하다’는 아내의 말이 떠올라 집 옆에 있는 CU에 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미 다 팔려서 없다는 점주의 말을 들으며 ‘설마...’하는 마음으로 집 주변에 있는 편의점 6군데를 모두 가보았는데 전부 재고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도... 아내를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편의점을 6군데나 들렀다는 걸 알면 감동받겠지?


내심 우리집 막내, 마크 (푸들, ♂) 마냥 칭찬+관심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순수~ 먹태깡이 인기가 많나봐~ 편의점 ‘무려 6군데’나 들러봤는데 모두 품절이네? ^^”


자, 이제 어서!! 편의점 6군데나 들른 사랑꾼 남편을 칭찬해 달라구웃!!!

어떤 칭찬이 날라올지 두근두근, 쿵쾅쿵쾅 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있는데 이내 답장이 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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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라고 할 때 갔으면 바로 손쉽게 구했을텐데... 그러게 내가 가라고 할 때 바로 갔어야지......”

라며 원망의 눈빛으로 쏘아보는 최종몬스터 아내.


음... 역시... 이놈의 최종몬스터는 (아내의 미션은) 온전하게 클리어 하기가 쉽지 않다.

나의 ‘뒤늦게나마 먹태깡을 구하기 위한 사랑꾼 남편의 노력’에 포커싱이 맞춰지기 보다는

나의 ‘말했을 때 즉시 먹태깡을 구하지 않았던 느림보 남편의 게으름’에 포커싱이 맞춰지는 그녀...

(“백수 남편은 이 치욕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내를 행복하게 만드는 한 수를 포기할 순 없다!!!

이정도 노력하고 끝나면 진정한 사기꾼 남편 사랑꾼 남편이 아니지...


‘내가 이번에 제대로 감동을 주고 만다!

이건 아내와의 승부가 아니다. 내 자신과의 승부다.

작은 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맞닥뜨린 문제, 자칫하면 월 90만원의 계약관계가 취소될 수 있는 긴장상태 (‘먹태깡 구하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게 한량우주다!'


(한량우주 특 : 아무것도 아닌 일에 혼자 목숨거는 편...★)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스타벅스에서 와이프 카드로 주문한 ICE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시며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교육회사 좀 다녀본 오빠로서, 잠시 숨겨둔 내공을 발휘하여 “문제해결 프로세스 5단계”에 입각해 논리적인 사고를 이어 나갔다.



1단계 : 문제의 정의

- 아내의 심기를 거스르면 운 좋게 얻어걸린 달달한 월급이 날라간다.

- 사랑하는 아내가 먹태깡을 매우 먹고 싶어 한다.

- 하지만 금새 품절되어 구하기가 어렵다.

- 편의점을 여럿 돌아다녔지만 모두 재고가 ‘0’이었다.


2단계 : 원인 분석

- Why1, 다른 사람들 또한 먹태깡을 구하고 싶어 한다.

- Why2, SNS에 핫한 상품으로 먹태깡이 뜨고 있다.

- Why3, 중고나라에 웃돈을 요구하며 올라올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 Why4, 맛도 가격도 괜찮은 상품으로 후기들이 올라온다.

- Why5, ‘먹태’와 ‘청양’, ‘마요’라는 키워드를 합쳐 맛과 상품성에 유니크함을 더했다.


3단계 : 해결안도출 및 선정

- 중고나라에서 웃돈을 주고 구매하기 (X)

- 주변에 편의점 검색해서 먹태깡 나올 때까지 가까운 편의점 릴레이 걷기 (△)

- 새우깡에 먹태가루 뿌려서 ‘먹태깡’이라고 우기기 (집에서 쫓겨날 가능성 농후)

- 편의점마다 전화해서 물어보기 (△)

- 편의점 어플 설치해서 재고 확인하기 (O)


4단계 : 실행계획 수립

- 휴대폰에 편의점 어플을 설치한다

- 현재 내 위치를 기준으로 먹태깡 재고가 남아있는 편의점을 확인한다.

- 재고가 있는지 전화로 다시 한번 확인한다.

- 재고가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가서 구매한다.


5단계 : 실행 및 평가

- 실행해 보고

- 평가하면 된다.



대충 이정도로 생각을 정리하자 명쾌해졌다.

이제,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세스는 준비되었으니, 중요한 건 행동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휴대폰에 ‘어플’을 설치하는 것을 별로 안좋아한다.

잘 활용하지도 않을 어플을 설치하면 용량만 차지하고 휴대폰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전시상황에 준하는 ‘데프콘 2단계 발령 : Fast Pace’ (사랑하는 아내에게 먹태깡에 마음을 담아 선물하고 싶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플을 설치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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