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FOR FOODIES
나는 강남이나 압구정, 청담과 같은 곳들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화려한 건물, 높은 빌딩, 멋있게 차려입은 사람들, 수많은 차, 번쩍이는 간판은 은 화려하고 멋있지만 정작 그 속에 있는 나는 정신없음과 피곤함이 느껴지고는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매번 보는 도시의 풍경은 지겹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다. 사람들은 익숙함을 벗어나는 것을 좋아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시골 혹은 휴양지로, 시골에 사는 사람은 오히려 도시로 놀러가는 것과 같이 나도 익숙한 빌딩 숲이 아닌 조금은 다른 곳을 가고 싶어했고 그런 의미에서 해방촌은 항상 훌륭한 선택지였다.
차로 가기 좋은 곳도 아니고 언덕에 있어 경사가 심한 곳이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골목과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해방촌의 아경은 정말 낭만적이다. 다른 것들에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
해방촌에는 숨은 보석 같은 가게들이 정말 많다. 바이닐이 수두룩한 LP바, 멋진 야경이 보이는 식당, 미국에 온 것 같은 펍. 그중에서 오늘은 일식 다이닝바인 슈퍼텅을 소개하려고 한다. 슈퍼텅은 일식 베이스의 다양한 요리와 사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기 정말 좋은 곳이다. 매장은 약 16인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라 크지 않지만 오히려 혼잡하지 않고 조용한 느낌이라 좋았다.
간판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계단을 내려가면 매장이 나온다. 이 날 테이블에 다른 일행이 있어 매장 사진은 자세히 찍지 못했다.. 매장 내부에는 약 16인석이 앉을 수 있는 하나의 일자형 테이블이 있다. 의자 간격이 그리 좁지 않은 편이어서 다른 일행이 옆에 앉아도 그리 신경이 잘 안 쓰였다.
볏짚에 훈연한 참치와 간장 베이스의 소스, 김가루, 깨 등이 뿌려서 나온 디쉬. 개인적으로 이날의 베스트 중 하나였다. 가격도 2만 7천원 정도로 괜찮은 편이었고 양도 많았다. 참치와 간장, 김가루가 같이 어우러져서 감칠맛과 산미의 밸런스가 정말 좋았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훈연향도 좋았다.
시메사바와 무침, 쯔유 소스가 같이 나왔다. 고등어는 비린 맛 없이 맛있었고 같이 주신 무침과 소스를 찍어먹으니 고등어의 산미와 단맛과 깻잎의 향이 잘 어우러졌다. 기름기가 좀 부족하기는 했지만 이 가격에 기름기도 많고 양도 많은 디쉬를 바라는 것은 욕심.
숯불에 구운 가지와 다진 고기가 들어간 미소가 곁들여진 디쉬. 가지는 물렁하지 않았고 조금 단단한 느낌이 나서 좋았고 굉장히 달아서 애호박과 같은 느낌이 났다. 그리고 같이 주신 미소가 가지의 부족한 염도와 감칠맛을 채워주었다.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할 것 같은데.. 나는 다 잘 먹어서 모르겠다. 일행들도 다 맛있게 먹었던 디쉬.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대와 맛있는 음식,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 다시 가고 싶을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약이 힘들지도 않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어서 부담 없이 가기도 좋다. 여름보다는 겨울에, 낮보다는 밤에 가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을 하며 일식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편하게 모임을 가질 생각이라면 한 번 가보기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