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 BUCKLE BACK, NORMANDY WASH
데님을 만드는 것은 요리와도 같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써냐에 따라서, 어떤 과정을 거치냐에 따라서 완전 다른 결과물이 나오니 말이다. 셀린에서는 길고 쫙 뻗는 컷과 적절하게 들어간 워싱으로 세련된 파리지앵을 위한 프렌치식 데님을 만들고 아미리는 쫙 붙는 컷과 여러 패치와 디스로 스트릿 신을 하이엔드 패스트푸드 같은 데님을 만든다. 그리고 더블알엘은 서부개척시대에서 입었을 것 같은 터프한 실루엣과 녹워싱, 스테인 등을 이용해 지극히 미국적인, 미국식 데님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데님이 서부에서 작업복으로 시작이 되었으니 가장 원류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리미티드로 나오는 버클백 라인의 데님을 리뷰해보려고 한다.
버클백(신치백)은 사진과 같이 허리 부분에 허리를 조절할 수 있게 달린 부분을 말한다. 벨트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는 허리가 남는 경우가 허다해 초기의 데님은 대부분 신치백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벨트가 나오면서 점점 사라지게 된 하나의 디테일. 더블알엘의 버클백 라인은 기존 라인보다 훨씬 초기의 데님을 복각하는 라인으로 그래서 이러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복각을 했다. 지금은 사실 기능보다는 감성의 영역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더 상남자스러운 느낌이 난다.
마찬가지로 지퍼가 등장하기 전 대부분의 데님은 다 버튼 플라이 형식이었다. 복각 좀 한다는 풀카운트, LVC, 웨어하우스도 대부분 버튼 플라이 형식이다. 사실 지퍼에 비해서 굉장히 불편하지만... 비싼 데님인데 지퍼 형식이면 왜인지 모르게 속상하다. 버튼도 더블알엘 답게 빈티지한 느낌이 난다. 빈티지한 버튼과 주변의 캣워싱... 내가 이래서 RRL의 청바지를 좋아한다.
아까 사진을 유심히 본 사람은 기억날 수도 있다. 가죽 탭 부분에 쓰여있던 COPPER RIVETED. 리벳이 구리라는 뜻이다. 리벳은 원래 봉제가 뜯어지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로 사진과 같이 박힌 금속 부품이다. 이것 또한 초창기 데님들은 봉제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고 워낙 험하게 입는 옷이다 보니 옷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용된 하나의 방법이었다. 청바지는 비쌀수록 불편하고, 비쌀수록 오리지널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저가형 청바지를 보면 대부분 리벳이 없는 경우가 많다. 녹이 쓴 듯한 색감과 구리 리벳, 주황색 스티치의 조화는... 정말 충동적인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전체적인 색감은 뭐랄까.. 진흙, 샌드와 같은 색감이 아닌 쇠, 오일에 의해서 만들어진 느낌이 난다. 카우보이의 데님이 아닌 노동자의 데님 같은 느낌.
뭔가 이런 환경에서 입었을 법한 느낌이 난다. 굉장히 시중에서 찾기 힘든 색감이고 워싱이고 더블알엘에서만 볼 수 있는 워싱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래서 더욱 매력 있는 데님. 컬러나 디테일이 강해서 데일리 하게 입기 어렵고 스니커즈와 매치하기는 쉽지 않지만 부츠랑 같이 매치했을 때 정말 멋있는 데님이다.
뒷면은 이런 식. 리미티드 라인답게 일반적인 RRL 탭이 아니다. 이런 점 때문에 RRL 데님 모으는 걸 못 멈추겠다. 옷장에 하나하나 쌓여갈 때마다 흐뭇함은 감출 수가 없다.
이 버클백 데님은 정말 더블알엘스러운 데님이라고 생각한다. 더블알엘에서도 다양한 데님이 나오는데 어떤 건 정말 평범한 청바지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워싱과 색감, 디테일은 일반적인 다른 곳에서는 정말 찾기 힘든 데님이다. 풀카운트, 웨어하우스, 프리훨러스에서도 이런 식으로 정말 그 시대, 그 환경에 맞게 워싱이 들어간 제품은 거의 전무하고 컨섭에 맞게 이런 식으로 워싱 가공을 하는 곳은 더블알엘 외에 하는 곳이 거의 없다. 그렇기에 정말 멋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더블알엘은 여러 제품이 세컨드핸즈 시장에 돌아다는데 보이면 고민 말고 구매하라고 권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