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필자와 같은 늦잠의 악순환에 갇혀있는가
필자는 잠이 꽤 많은 편이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동기들한테는 잠을 어떻게 하루에 16시간씩이나 자냐고 나무늘보라는 별명을 하사 받기도 했다. 직장인으로 사는 지금은 어떨까. 일하러 가는 평일에도 꽤나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네다섯 개 알람을 맞춰뒀다가, 마지막 알람을 듣고는 밍기적거리며 씻으러 간다. 후다닥 씻고 머리 드라이, 검지 살짝 찍은 왁스에 에센스 오일 2 펌프, 비벼진 손바닥으로 머리 그루밍을 시작한다. 후에 스프레이로 빠르게 고정시킨 후, 차 키를 들고 급히 밖을 나선다.
그래도 평일은 강제로라도 일어나는 편이라 양호하다. 휴일이 되면 "일찍 일어나서 활동적인 거나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거 좀 하자."라 마음먹은 금요일의 나를, 기억 더미 깊숙이 쑤셔 넣고 잊어버린다. 눈 떠서 휴대폰 화면을 터치해 시계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이불에 묻는다.
늘 꿈이 주는 몽환적 감각에 잠겨 몸이 릴랙스 되는 순간을 사랑하지만,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며 두뇌를 깨우고 나면 머릿속에 나도는 단어들은 후회로 가득 차 있다. 왜 좀 더 빨리 일어나지 않았냐고 책망한다. 하고 많은 후회와 함께 뒤늦은 하루를 시작하면, 실망스러운 내 모습을 보곤 꽤나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그야말로 하루 종일.
그중에서도 타인과 대화할 때 자신감의 결여는 더욱 극대화된다. 하루를 평일처럼 일찍 시작했다면, 대화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도 망설임이 없다. 아마도 머릿속의 자아 부팅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만나, 과한 눈치보기나 쓸데없는 생각 없이 대화 데이터를 착실히 쌓아서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 입에서 상대방의 귀로 말이 통하는 길에, "타인과 대화한다"는 걱정과 두려움의 방지턱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하루를 늦게 시작했을 때는 다르다. 우선 꽤나 위축되어 있고 먼저 말을 잘 걸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이 말을 해도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대화 흐름을 아직 잘 파악 못한 상태로 말을 시작하려 하는 게 아닐까 등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게 이미 중대사이다. 그럴 때마다 "저는 내향인입니다."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들고 발표한다는 느낌조차 든다.
잠을 과하게 자냐, 안 자냐에 따라 이렇게나 태도 변화가 심하다. 신기한 심리 변화지만, 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럼 근본적으로 잠을 좀 줄이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게 좋지 않냐고?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이다. 나도 그러기 위해 꽤나 노력해 봤다. 늦잠 적금 톡방이라는 "스스로 정한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면 공동 계좌에 늦은 시간만큼 돈 넣기"의 일종의 제한을 만들어 잠을 강제적으로 줄여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했다. 지정된 시간에 잠시 일어나 인증을 하고 난 후, 마치 순찰 끝난 로봇처럼 다시 침대로 가 몸을 뉘이고 아슬아슬하게 출근 가능한 시간으로 알람을 맞춘다. 지금에서는 사실 왜 아직도 하고 있지 싶은 활동으로 남아 있다.
도대체 이렇게나 완고하게 기상을 거부하는 내 의지는 무엇일까? 이부자리의 편안함이 좋아서? 조금 자고 일어났을 때의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싫어서? 매번 바뀌는 꿈의 내용을 기대하고 있어서? 어쩌면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게 이유일 수도 있다.
잠을 적당량 자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단순하고 건강한 해답을 준다. 하지만 그걸 내 감성과 무의식이 거부하는 것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참으로 인간답게 고민만 거듭한다. 자기 전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일은 빨리 일어나야지."
물론 내일 눈뜬 나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5분만 더 잘래."
오늘과 내일의 나는 한결같게도 다른 사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