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서 ‘가성비’를 추구해도 되는걸까?

자녀와의 유대감을 극대화하는 골든타임: 일곱살

by 문현준 monkey

자녀가 많을수록 부모의 고민도 커진다. 사랑과 관심이 특정 아이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모든 아이들에게 고루 나누어져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사랑과 관심이 단순히 정해진 총량을 나누는 것이라면, 네 명의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양은 한 아이에게만 집중할 때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랑과 관심을 양적으로 나누는 것만이 최선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관심은 함께할수록 확장되는 관계의 힘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최적의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빠와의 교감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일까? 나는 그 시기를 학령기에 진입하기 직전, 일곱 살이라고 생각한다. 이때야말로 자녀에게 아빠가 슈퍼맨으로 보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일곱 살 무렵까지 아이들에게 세상의 기준은 부모다. 부모가 보여주는 세계가 전부이며, 부모의 말이 곧 진리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친구, 선생님, 학원 친구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부모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든다.


따라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인 일곱 살을 놓치지 않고, 아빠는 슈퍼맨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면, 아이는 평생을 살아가면서도 아빠와의 깊은 교감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적은 노력으로도 아빠가 슈퍼맨이 되는 방법


올해 셋째가 일곱 살이 되었다. 첫째와 둘째가 같은 시기를 지날 때 다양한 경험을 함께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고, 이번에도 같은 고민이 생겼다. 하지만 직장인 아빠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다고 해도 첫째와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에서의 역할, 지역사회에서의 역할 등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셋째의 일곱살은 새로운 방식을 찾기보다 검증된 방식으로 특별하게 만들어 주기로 했다.


1. 등원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파워등원


일부 양육 전문가들은 자녀가 여럿일 경우, 각 아이와 단둘이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는 두세 살 터울의 두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조언일 가능성이 높다. 세 명 이상이라면? 연년생이라면? 연년생에 쌍둥이라면? 현실적으로 각 아이와 1:1 로 보내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개별적으로 할애할 수밖에 없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시간이 바로 유치원 등원 시간이었다.


유치원 등원 시간만큼은 한 아이를 위해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파워등원’이라는 방식을 실천했다. ‘파워등원’이란 등원하는 모습을 매일 촬영해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당 태그를 붙여 올리면서 알려졌는데, 여러 매체에서 ‘파워등원’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질문이 많았다. 간단히 말하면, 매일 같은 경로와 이동수단으로 등원하는 대신, 다양한 경로와 이동수단을 활용해 등원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이다. 하루는 놀이터를 들렀다 가고, 하루는 산길을 거쳐 가고, 또 다른 날은 5세 때 다녔던 유치원에 들러 선생님께 인사드리기도 했다. 이동수단도 다양하게 활용했다. 걸어서 가는 날도 있었고, 자전거, 수레, 킥보드, 스케이트보드, 오토바이, 전기자전거, 눈이 오면 눈썰매 등으로 등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아이가 등원을 특별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유치원 선생님께서는 이를 보고 “비싼 코딩 교육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씀하셨다. 같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두고도 다양한 경로와 수단을 선택하는 경험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파워등원’이 단순한 등원이 아니라 아이의 사고력을 확장하는 과정임을 실감했다. 이후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게 되었다.


2. 유치원 행사에 적극 참여하기


일곱 살이라는 시기에 아빠가 슈퍼맨이라는 사실을 자녀에게 인정받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변의 증언을 활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가 “우리 아빠는 슈퍼맨이야”이라고 주장해봐야,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둘째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독특한 외모와 행동을 하는 아빠가 친구들 앞에서 주목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할로윈에는 늑대인간 가면과 유도복을 입고 함께 등원했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복장을 하고 아이와 나란히 유치원에 갔다. 유치원 마당에서는 물구나무를 서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영수업에서는 활동보조로 나서 아이들의 물안경을 고쳐주거나, 물속에서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며, 자유 시간에는 아이들을 번쩍 들어 올려 물속으로 던져주기도 했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부모가 물에 들어가서 해당 활동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러한 일상들을 기록하여 개인 SNS에 공유하곤 하는데, 어느 날 둘째의 친구 중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아저씨, 유튜버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세연이 아빠는 유튜버야.”


요즘 10대의 장래희망 1순위가 유튜버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스스로 뿌듯해졌다. 유치원 행사에 자주 참여하고 자주 아이들과 마주치다보니 자녀 친구들의 이름도 불러줄 수 있게되고 내 자녀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 자녀는 친구들에게 아빠가 슈퍼맨 임을 증명하고자 “우리아빠는 자동차도 들 수 있어” 같은 과장된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육아에서 ‘가성비’를 추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일곱 살이라는 시기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형성된 유대감이 이후 자녀와의 관계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거창한 방법이 필요하지 않다. 매일 똑같은 등원 일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고, 유치원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작은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 아이들이 평생 기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아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육아가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모가 되는 방법을 모른 채 부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