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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우 Jul 08. 2024

문경 소녀의 에세이

겨울 뱀을 찾아서

겨울 뱀을 찾아서(1)     


이상하게 글을 쓸 때면 나도 모르게 글 속으로 들어가진다. 내가 쓰고 싶었던 기억의 순간; 사방에서 나는 주위의 냄새, 그 당시 태양의 각도, 흐르고  있던 냇물의 속도, 조약돌의 크기, 구름의  모양까지 수십 년이 지난 세월인데 그때의 그곳으로 나도 모르게 빠져 들어가 있다.   

       

초등학교  때 나는 5살 많은 오빠와 가을과 겨울이 되면 농암 갈골에 있는 우리 산에  자주 갔다. 밤나무가 많은 우리 산에  가을이면 밤을 따러 가고,  겨울이면 나무를 하러 갔다. 우리 산에 가려면 신작로가 아닌 열녀각이 있는 길로 따라가야 했는데, 나는 오빠랑 같이  가는 길이 늘 든든했다. 열녀각이 있는 그 길 옆에는 도랑이 있는데 난 이 도랑도 무척 좋아했다. 거기는 늘 미꾸라지나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고, 여름이면 친구들이랑 멱도 감고 , 그 도랑을 따라 빨래터도 있었다. 여름이면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도 그곳 사는 놈들이  더  우렁차게 울었다.   

       

그 길 끝에는 차가 다니는 큰  도로가  있었다  그 길 끝에 친구네 방앗간이 있었고, 그 옆에 우리 집 상뜰 논이 있었다. 우리 집 논들은 상뜰은 큰 도로가 옆에, 앞논은 신작로 옆에 , 하뜰은 장터로 가는 길 옆에 있었다. 논마다 길옆에 있어서 사춘기 때 아버지를 따라  논에 가면  늘 짜증이 났다. 왜냐면 하굣길에 친구들과 논에 있는 걸 마주치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사춘기 때는 왠지  그랬다. 길 옆에 땅이라 제법 비쌀 텐데 그 땅들은 지금은 오빠들만 상속받아 나랑은 상관이 없다.(왠지 속상ㅋㅋ)

         

  다시 돌아와서     


방앗간이 있는 길 끝  도로를 지나면 큰 냇가가 있는데 , 우리는 그 큰 냇가를 건너야 했다. 그 당시에는 냇물을  건너는 길에 돌다리가 놓여 있어서,  비가 많이 온 날 다음 날은  돌들도 떠 밀려가 있고, 냇물이 세서 건너는 게 무척 힘들었다. 그래도 겨울에는 얼음도 얼어있고 장마도 없어서 건너기가 수월했다. 돌다리 위로는 보가 있고 그 보위에는 낙수바위라고 큰 바위가 있었다. 냇가 중에서 낙수 바위 밑은 굉장히 깊어서 위험했다. 여름철 헤엄치러 가면 나이가 좀 있거나 헤엄에 자신이 있는 애들은 그곳에서 다이빙도 하면서 그 물의 깊이를 즐겼고, 나처럼 겁도 많고 개헤엄도 못 치고, 땅을 짚고서야 겨우 헤엄치는  애들은 보 바로 위에서 놀았다. 늘 낙수바위 근처서 노는 애들은 그 당시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중에 중학생쯤 되었을 때 낙수바위로 가 보았는데 한 번 물에 빠져 고생하고 나서 왠지 나에게 그 근처는 불모의 성지처럼 느껴졌다.   

        

늦은 가을 늦밤을 따서  오빠랑 돌아오는 길 옆 산길에는 작은  빨간 보리수(피나무)들이 늘려있었다.     

달콤한 작은 보리수(피나무)를 따 먹으며, 산 길을 돌아 집에 오는 길에는, 늘 놀다가 아버지 소죽 끓여라 부르는 소리에 , 집에 돌아가기 싫은 나처럼, 해도   산아래로 뉘엿뉘엿 천천하 기어 들어간다. 그 작은 한우물이란 마을은 하늘조차도 마을을 닮아 좁고 작았다.

돌아오는 길 보위에 낙수 바위에는 물 위에 뛰는 피라미들이  금빛을 내며 뛰어오르고,  아스라이 그 위를 이름을 알 수 없는 백조를 닮은 새 두 마리가 떠 다니고 있었다.

         

겨울이  되면  우리는  나무를  하러  갈골  산으로  갔다. 산에는 흰  눈이  쌓여  있고  그  눈  쌓인  곳에  구멍이  종종  나  있었은데  그곳  깊이  뱀이  자고  있다고  했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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