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해요
왠지 여태껏 내 글이 좀 무거웠나 싶어서 오늘은 좀 가벼운 글을 쓰고 싶었어요.
전 보면 활달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거든요. (태클 NO)
이번 주말에 딸 생일이어서 백화점 가서 남편이 딸 목걸이를 사줬어요. 옆에서 난 딸 낳아 줬다고 딸 찬스로 바지 하나 얻었죠.
제 딸은 어려서부터 마르고 까탈스러웠어요. 잘 먹지도 않고 , 자주 울어서 큰 애보다 키우기 어려웠어요.
남편은 늘 외지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격주로 집에 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딸은 아빠를 무지 싫어했어요. 집에서 자기 방문 앞만 지나가도 소리를 지르고 딸 방에는 아예 접근도 못하게 했죠.
그래서 딸들은 아빠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남편을 위로했어요. 그래도 늘 맘의 상처를 받았나 봐요.
그러다가 딸이 초3 때쯤 제 고향 친구 가족 4팀이 모임을 했는데.. 딸만 둘이 있는 친구네 딸들이 아빠랑 얼마나 친한지 , 아직까지 딸 목욕도 아빠가 시켜준다 했어요.
남편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죠.
그리고 나서부터 남편은 딸에게 더 노력했어요.
딸의 맘을 얻기 위해서..
머리를 감고 오면 드라이기로 15년 넘게 머리를 말려주고 , 용돈, 차 태워주기
짬만 나면 하트 뾰옹뾰옹 날렸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딸도 차츰 맘에 문을 열어 주었어요.
작년에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쪽으로 취직을 해서 갔어요.
그런데 몇 달 전쯤에 남자 친구가 생겼데요. 그래서 그런지 회사가 힘들다고 징징 대지도 않고, 최애 하는 고양이 여울이 한테도 연락이 잦아들더라고요.
그래서 남편한테 딸의 사랑은 이제 남자 친구ㅇㅇ한 테 갔다고 놀렸더니 ,
바로 딸한테 전화해서 "남자 친구 ㅇㅇ가 더 좋아 내가 더 좋아?" 헐 물어봤나 봐요.
딸 왈~~
"아빠. 피는 물보다 진해요"
라고 했다며 남편이 얼굴에 함박꽃을 피우며 저한테 자랑질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