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의 7월
고향집 마당에 유월 양대콩이 가을 고추보다 붉게 널려져 있고,
제비 새끼도 이제 자라 둥지를 떠나 날아오른다.
물오른 보랏빛 가지들,
검은 줄무늬 수박,
한여름에 수확으로 힘들 하얀색 참깨 꽃,
초록색 큰 잎들로 둘러싸여 주렁주렁 열려있는 호박,
이육사의 청포도가 익어가며,
전깃줄에 앉은 제비들은 여전히 수다스럽다.
늙은 노모는 옥수수수염을 따서 말리고, 옥수수는 껍질을 벗고 속살이 드러나 먹음직스럽다.
지붕밑에 걸려있는 마늘 한아름 한아름마다 노모의 땀방울이 서려있다.
시집올 때 같이 살던 네 명의 시누이들, 시집와 낳아 기른 오 형제 다 떠나보내고,
모시던 시부모님, 늙고 병들었던 남편
이젠 이곳에 없다.
노모의 앵앵거리며 따라다니는 모기 쫓는, 닳고 두터운 손은 여전히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