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nogoodnw May 21. 2021

나의 인생관 - 1. 원을 만들자

아주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사실은 두 달 전 즈음 글 한 편을 적어보려 했으나, 도저히 다음 문장이 생각나지 않아 저장함에 고이 모셔 놓았다. 공치는 데에 정신이 팔려 글쓰기는 뒷전이 되기도 했고. 아마 갈빗대가 아프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순간도 없었을지 모른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가 적고 싶어 졌다. 저장함에 들어 있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완성은 조금 더 뒤로 미뤄야겠다. 제목에 적어 놓았듯이, 지금부터 적을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이어온 나의 인생관이다. 누구나 갖고 있을 인생관이 뭐가 그리 특별하겠냐마는, 그래도 내게는 언제나 삶의 지표였던 데다가, 소위 '무스펙'에 가까운 나를 입사까지 시켜준 고마운 생각이니 글로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야기는 3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지금 적을 이야기생각이 시작된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담을 것이고, 두 번째 이야기조금 더 확고해진 생각을 갖게 된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담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생각의 진화가 일어난 성인 이후에 대해 다룰 것이다. 아마 조금 지루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테지만, 이 생각에 대해선 양보 없이 최대한 상세히 적고 싶다. 이야기는 막 사각형의 넓이 구하는 방법을 배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렸을 적 누구나 풀어봤을 법한 초등 수학 문제를 하나 생각해보자. 20cm짜리 선분이 있을 때, 이 선분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넓이의 사각형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답은 각 변이 5cm인 정사각형이다. 물론 이 것의 엄밀한 증명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배웠지만,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당시에는 둘레가 20cm인 직사각형들을 생각하고 각각의 넓이를 계산해 답을 구했던 것 같다.


그러면 문제의 난이도를 조금 더 높여보자. 똑같은 20cm짜리 선분으로, 가장 큰 넓이를 갖는 도형을 만들면 무엇이 될까? 아마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 문제를 풀어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어렸을 적 내가 혼자 생각해 낸 문제니까.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오각형, 정육각형을 차례대로 만들어 넓이를 비교해보자(아마 당시의 나는 스스로 도형의 넓이를 구하지 못해 학교 선생님께 도움을 구했던 것 같다). 순서대로 넓이가 조금씩 커질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때쯤, 당신은 원이 가장 큰 넓이를 갖는 도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게 굉장히 신기했다. 대체 왜 같은 선분으로 만든 사각형은 삼각형보다 크고, 오각형은 사각형보다 큰 것일까? 그리고 왜 원이 가장 큰 넓이를 갖게 될까? 몇 시간쯤 고민한 후에, 나는 나름대로 답을 찾아냈다. 같은 선분으로 만든 도형이더라도 내각의 크기가 커지면 점점 더 도형의 넓이가 커지고 있었다. 내각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은 뾰족함의 정도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삼각형보다는 사각형이 덜 뾰족하고, 오각형은 사각형보다 덜 뾰족하다. 예를 들어 십 이각형 정도 되면, 삼각형에 비해 아주 둥그스런 모양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원이 되어 각조차 존재하지 않는 둥글둥글한 도형이 되면, 그 넓이는 최대가 된다.


이때부터, 나는 원 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한 선분으로 도형을 만들 때, 도형의 넓이를 그 선분이 갖고 있는 잠재능력이라고 한다면, 원이 될 때 그 잠재 능력은 극대화된다. 물론 당시에는 잠재능력이니 하는 어려운 말은 몰랐고, 그저 할 수 있는 한 제일 넓은 사람이 되자 했겠지만. 여하튼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항상 둥글둥글한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사람에게 친절하도록 노력하고, 어떤 말을 듣더라도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도록 노력했다. 아쉽게도 타고난 성질이 그렇지 못해서, 아주아주 뾰족해질 때도 많았지만, 항상 원을 가슴속에 새기며 뾰족한 각들을 깎아나갔다. 그렇게 초등학생 시절의 민동우는 나름대로의 인생관을 만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가벼운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