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안녕. 잘 지냈어요?
요즘 전 별 탈 없이 지내요. 하고 싶은 일들이 자꾸만 생겨 행복하게 바쁜 요즘이에요. 며칠 전 금요일엔 집 근처 중고서점에 들렀어요. 서점에 들어서면서부터 얼마나 들떴는지요. 바쁜 일정을 쪼개어 마음껏 책에 푹 빠져있을 시간을 마련한 날이었거든요. 몇 시간이 흘렀을까, 몇십 권의 책을 훑었을까. 네 권의 책을 구매했어요. 한 권은 심리학 책이었고, 나머지 세 권은 공통적으로 제목에 '편지'가 포함돼 있었어요. 나 참, 취향 확고하네 싶더라고요.
어제도 대형 서점에 들렀어요. 꽤 오랜 시간 머물며 책을 읽었어요. 두 권의 책이 마음에 들었는데, 아직 읽지 못한 네 권의 책이 생각나 구매하진 않았어요. 어제 고른 두 권의 책은 공통적으로 제목에 '당신'이 포함돼 있었어요. 그제야 깨달았어요. 제 시는 왜 당신으로 가득한지. 책을 고르면 '편지', '당신' 키워드가 공통되는지. 당신에게 제 마음을 표현하는 수십 가지, 수 백가지의 언어를 배우고 싶었나 봐요. 이 마음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어요.
이렇게 생각을 하자 뭉근한 감동이 올라왔어요. 저는 가정폭력의 잔상에 고통스러워하며 글을 적어 내려간 세월이 길었어요. 드리워진 그림자에 집중하며 살아온 시간이 길었어요. 이를 덜어내고자 '가정폭력 생존자의 절박한 자애'를 연재했어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도 더 키우고 싶었어요.
많은 글을 읽고 쓰며 그 결핍이 많이 채워졌구나 싶어요. 이전에도 스스로를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요즘 더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이 됨을 느껴요. 더 나아가 타인을, 당신을 사랑할 힘도 길러졌음을 느껴요. 나뿐만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요. 때문에 이젠 당신에 대한 사랑을 기록하려 해요. 맞아요. 이 글은 당신에게 건네는 고백이자, 이제 시작될 '친애하는 당신에게'의 프롤로그예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까지 제가 얼마만큼의 길을 달려왔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정말 오랜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가능한 가장 빨리 도착했음을 알려주고 싶어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당신 또한 사랑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랑이라 인정하기 두려웠던 시간도 길었습니다. 이 순간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또한. 이렇게 마음을 건네게 되어 행복해요.
이 순간의 당신과 저를 정말 보고 싶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오랫동안 기다려온 당신. 내 삶에 사랑을 들여온 사람. 나의 영원한 뮤즈, 친애하는 당신에게.